[10대 사이버공격-하] 사이버범죄 예방 차원 가정·학교 역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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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에서 K군(17세)은 능력자다. 온라인게임 도중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툴로 다수 게이머의 컴퓨터를 동원해 분풀이한다. DDoS 공격 프로그램과 공격용 악성코드도 직접 만들었다. 인터넷에 배포하면서 추종세력도 생겼다. 추종자들을 이끌고 게임 중 욕설을 한 상대를 찾아가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는 `현피`도 일삼았다. 결국 그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지난 2월 경찰에 검거됐다.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들이 자료를 검토하며 청소년 인터넷 윤리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청소년 사이버 범죄 증가로 인터넷 윤리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들이 자료를 검토하며 청소년 인터넷 윤리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청소년 사이버 범죄 증가로 인터넷 윤리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이버범죄를 일으키는 청소년의 연령이 점점 낮아진다.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사이버 공격한 혐의로 검거된 7명은 모두 10대 청소년이다. 그 중에는 초등학생도 3명 포함됐다.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 14일 적발한 인터넷 맞짱카페 회원 2483명 가운데 중·고생은 1625명(65%)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초등학생도 175명(7%)이나 됐다.

맞짱카페는 원정 길거리 싸움을 주선하거나 싸우는 방법을 공유한다. 술, 담배 사는 방법도 알려줘 학교폭력 및 탈선을 조장해왔다. `맞짱` `싸움` 등의 단어로 검색되는 인터넷 카페가 지금도 6000개에 달한다는 게 경찰청 분석이다. 인터넷 사용연령이 낮아지면서 사이버폭력에 노출되는 연령 또한 낮아졌다.

◇어릴수록 사이버폭력 경험 많아=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실시한 `인터넷윤리문화실태조사`에서 10대 청소년 76.0%가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생 가해 경험자 비율도 61.2%나 된다.

신용태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수석부회장(숭실대 교수)은 “단발성 이벤트로 저연령화 추세의 청소년 사이버폭력을 막을 수 없다”며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중·고등학교에 컴퓨터 전담교사를 배치하듯 인터넷 윤리교사를 배치해 바른 인터넷 사용법을 전달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상처입은 학생의 정신도 함께 치료해주자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이버폭력 문제점을 다루려면 일반 교사보다는 전문 교육을 받은 교사를 양성해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폭력 방지 목적으로 마련된 인터넷윤리교육 과정이 없는 건 아니다. 초중고 방과 후 학습시간을 활용한 KISA의 체험형 인터넷 윤리교육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KISA가 실시한 인터넷 윤리교육에 404개교 6만6829명의 교사와 학생이 거쳐 갔다. 그런데 전국 1만1317개 초중고 학교 수에 비하면 3.5% 수준에 불과하다. 속도를 더 내야 하지만 인력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급한 대로 KISA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과 후 인터넷 윤리교육 20% 확대와 각 학교별 인터넷윤리전담 교사 배치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지난해 건의했다. 결과는 기다려봐야 안다.

◇어른이 치유방법 제시해야=김회수 행정안전부 정보화기획 과장은 “KISA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노력과 별개로 청소년의 폭력성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청소년을 음지에서 양지로 인도하고 그들의 재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화이트 해커 경진대회 도입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활성화하는 사이트 개설하는 한편 지식경제부의 SW마에스트로 제도와 같은 해커영재 포용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맞벌이 가정이 늘고 인터넷과 각종 IT기기에 방치되는 연령이 낮아져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황폐해졌다”며 “학교 내 윤리교육만큼이나 학부모 대상 교육과 상담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부터 부모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인정받는 아이가 돼야만 사이버 폭력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금연학교처럼 사이버 폭력 등을 정신질환으로 인식해 체계적으로 지료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사이버 폭력 피해를 직접 경험한 10대 청소년이 75.8%에 달한다.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진 아동·청소년은 최소 120만명에 이른다. 이미 사회문제가 된 만큼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다는 안이함을 버리고 제도적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찰도 단속을 통한 경각심 고취 외에 사이버 폭력 예방 차원의 전국 초·중·고에 사이버 범죄 예방교실을 운용한다. 각 지방 경찰청, 시·도·군 경찰서 인력이 활용된다.

김기범 경찰청 협력운영팀 반장은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이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체계화하고 정기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하반기부터 사이버폭력에 관한 법률, 상담, 교습법 등을 수료한 전문강사를 양성, 체계적으로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