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풍이 거세다. 10여년 전 `닷컴 붐`에 맞먹는 거대한 기회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학생부터 2000년대 벤처 거품을 헤쳐 온 1세대 벤처인까지 창업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후배 창업가를 돕고 끌어주는 창업 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서 몸으로 교훈을 얻은 선배 벤처인이나 실리콘 밸리식 창업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창업자 모두 네트워크를 만들고 투자와 멘토링에 나서고 있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벤처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독일 로켓인터넷은 국내에서 그루폰코리아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규 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소문이다.
모든 것이 서투른 신규 창업자에게 투자와 경영 노하우, 개발력 등을 지원한다면 그만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준비한 사업은 대부분 해외에서 검증된 모델을 들여와 빠르게 실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 티켓몬스터나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도 그런 사례였다. 국내외 명문대서 공부하고 해외 정보에 밝은 전문가가 `안전한` 모델을 앞서 도입하고선 벤처 모범 사례로 포장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이도 많다.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사업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해외 모델 도입이란 선택은 합리적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왜 그런 혁신이 여기가 아닌 그곳에서 일어났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최고의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와 앞선 서비스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왜 혁신이 지속되지 못했는지, 왜 외국의 혁신이 이식되는 상황이 됐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언어, 시장, 생태계 등 여러 문제를 열거할 수 있다. 해외에서 도입한 모델이건 어쨌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려는 창업자의 몸부림 속에서 이런 한계를 깨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