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 광운대 교수의 `ICT 점프업`을 새로 연재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IT강국 코리아` 명성도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ICT 점프업에서는 국내 기술과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재도약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합니다. 유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에서 석사를,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대전자를 거쳐 광운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실감미디어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국내 지상파 3D방송의 밑거름을 다진 주역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유지상의 ICT 점프 업] (1)스마트 시대의 키워드 `혁신`](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3/21/259158_20120321111552_053_0001.jpg)
오늘날 기업에서 생존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과거에 잘나가던 기업이 혁신이라는 문턱에서 주저앉은 예는 흔하다.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추락은 이런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과 같은 스마트 플랫폼에서는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애플이나 구글 기업 문화를 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재 확보와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일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앞으로 방송·통신·소프트웨어·하드웨어 부문의 변화가 구글과 같이 인터넷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때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환경에서는 하나의 기업이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변화의 주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우리나라에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이 없고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가 없지. 많은 사람들은 흔히 눈에 안 보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그동안 우리가 너무 소홀히 한 것을 제일 중요한 이유로 꼽는다. 물론 이것도 틀린 대답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결과가 손에 안 잡히는 무형의 작업이라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는 상응하는 대우를 못 받고, 소프트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는 항상 관심 대상에서 뒷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을 가능케 하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 양성이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 서열이 편차없는 입학생 수능 점수에 의해 정해지고, 이 서열이 결국 개인 인생 서열로 정해지는 현실에서 누가 창의성이 강조되는 교육을 초·중·고등학교 때 자식에게 시키겠는가. 사회 지도층의 비논리적인 행태와 상실한 도덕성은 현재 교육 시스템은 고사하고 정치와 경제 시스템 등 사회 모든 분야를 2류, 3류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부품 납품업체의 제조 단가를 낮춰 돈 잔치를 하는 사이 글로벌 기업은 혁신으로 무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재투자와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이들이 인생 서열을 높이기 위해 새벽까지 수학과 영어 암기 공부를 하는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창의성을 키워가고 있다. 초등학생이 의지와 상관없이 이념교육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곳에서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매우 엄격한 도덕과 윤리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당해 개개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커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상식과 논리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통한다.
나라 발전을 위한 법안 발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표심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 눈엔 과연 지금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지 인식은 하고 있을까. 당장 매출과 이익만으로 성과급을 책정하는 경영인 눈에 지금이 스마트 시대라는 것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스마트시대에 오로지 이념교육에만 관심 있는 선생님은 어린 시절 윤리와 도덕 교육이 성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알고 있을까.
혁신이 키워드인 이 시대에 너무나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다. 아직도 과거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특히 지배층에 보편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와 모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적어도 인내심을 가지고 논리가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과 항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모두가 지향한다면 혁신의 부재라는 우리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