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NHN 야구선수 퍼블리시티권 갈등 증폭

프로야구 선수 라이선스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실존 인물 및 만화, 소설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는 만큼 투명하고 체계적 원천 콘텐츠 활용에 대한 기준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는 4월을 시작으로 스포츠게임 시장이 리그 및 선수 라이선스 이용을 둘러싸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과 NHN 간 야구선수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게임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선수협은 퍼블리시티권 사업을 맡았던 NHN에 계약파기를 통보한 이후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게임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집행부에 뇌물 제공 혐의가 있는 개발사 와이즈캣에 징계 및 배상이 없이는 영구적으로 선수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NHN의 자회사인 와이즈캣의 뇌물 제공 혐의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수협은 “자회사가 전임 집행부에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계약해지 사유가 충분하고, 계약도 불공정힌 내용으로 체결됐다”면서 “NHN과 담합해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NHN의 권리를 인정하는 게임사에는 퍼블리시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NHN은 선수협의 새로운 집행부가 퍼블리시티권을 직접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에 공감하는 만큼 공동의 협상 테이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NHN 측은 “선수협과 NHN은 물론이고 야구게임 이해 당사자들이 다 함께 모여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사들은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와이즈캣이 개발한 `슬러거`를 서비스인 네오위즈게임즈와 인기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서비스 회사이자 한국야구위원회(KBO) 퍼블리시티권 사업을 맡은 CJ E&M 넷마블 등은 난감한 분위기를 보이며,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저작권이나 초상권 등 원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이해 당사자간 공통의 기준이나 시스템이 대안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게임, 체육, 저작권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안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최악의 경우 서비스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소송을 진행할 경우, 성장을 앞둔 야구게임 시장 전반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 방송사가 스타크래프트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겪는 동안 e스포츠 시장 전반이 침체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 전반에 대한 라이선스 활용 기준안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면서 “야구게임사들도 시뮬레이션 엔진 개발, 캐릭터 제작 등 다양한 게임 개발로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야구팬들의 사랑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만큼 공동의 이익을 위한 양보가 서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