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엘렉트론은 다음달 경기도 화성 지역에 `프로세서 기술센터`를 구축한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알박은 지난해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검사 장비 선두업체인 아드반테스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일본 단일 사업부를 통째로 한국으로 옮기고 9월께 통합 생산 공장을 가동한다. 이 회사는 국내를 연구·생산 거점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선다.
일본 소재기업들도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대표적 케미컬 업체인 테이진을 비롯해 탄소섬유 전문업체 도레이, 도다공업 등 소재 기업들도 합작사 설립이나 생산기지 구축 등 다양한 형태로 한국에 들어온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 업계엔 지난해 말부터 합작 투자 등의 제의가 잇따른다.국내 유력 반도체 장비·소재업체인 K사는 최근 일본 소재 업체들로부터 합작 제의 등 러브콜을 받았다. 일본 지진 사태 이후 내수 시장 위축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일본 장비 재료업계의 한국진출이 이어지자 정부와 업계가 일본 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키로 했다.
한국반도체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진출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주요 일본 소재 기업만해도 대략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 반도체 소재 업체를 위주로 국내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오는 6월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유치설명회(IR)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정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대상은 일본 반도체 소재와 핵심 부분품 업체들이다.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수요가 많고 무역 무역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15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진행, 국내 진출 의사가 있는 7~9개 기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 기업 중 이미 국내에 들어온 기업엔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진출하지 않은 기업엔 생산기지 구축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소자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기업의 반도체 장비를 도입해 자본 유치에 장비 업계를 대부분 제외됐다”며 “소재는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포토레지스터나 케미컬 등 반도체 제조에 많이 쓰이는 품목을 우선 고려했고 구리선이나 레이저 등 국내 기술과 격차가 큰 핵심부품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 조선과 철강 등 IR 대상 업종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돼 애초 예상보다 대상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본 지진사태와 엔고 현상, 그리고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일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라며 “반도체 소재뿐만 아니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타 분야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