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 결합상품 선택 더 쉬워야

지난해 말 KT·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결합상품에 가입한 가구가 1117만세대에 닿았다. 주민등록 2003만 세대 가운데 55.8%가 결합상품을 쓴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대세다.

인터넷·집전화·이동통신·인터넷(IP)TV 등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 두세 개를 한 꾸러미로 묶어 구매했을 때 요금을 깎아 주는 게 결합판매제다. 옛 정보통신부가 2007년 7월 결합판매를 허용한 뒤 요금 적정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준 할인율을 10%에서 20%(2008년 5월), 30%(2009년 5월)로 계속 완화했다. 그만큼 더 싼 결합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미 요금 인가를 받은 상품일 경우 심사 없이 신고만으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팔릴 만한 결합상품을 빨리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꾸려 요금 인하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환경은 사업자에게도 기회였다. KT 집전화, SK텔레콤 이동통신, LG유플러스 인터넷 등을 제각각 쓰던 소비자를 자사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결합 할인율을 내세워 가구 내 통신상품을 자사 것으로 고착하려는 경쟁이 불을 뿜은 건 당연했다. 결합상품 이용약정을 2~3년씩 내건 터라 한번 확보한 고객은 오래갔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가계 통신비 인하 독촉에 대응하는 방편이기도 했다.

곡절이 많았던 만큼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결합상품 가입 가구마다 월평균 7840원씩 요금을 적게 냈다. 결합판매에 따른 요금 인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다만, 소비자 체감이 크지 않았다. 앞으로 체감도를 높이려면 소비자가 결합상품을 쉬 선택할 환경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자기 편의에 따라 사업자별 요금·조건을 간편히 비교할 체계를 빨리 마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