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수출·내수·유지보수비 '삼중고'

통신장비 기술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TDX교환기와 CDMA기술을 개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통신장비 기술력이 갈수록 추락했다. 스마트폰 등 단말 기술력과 불균형이 심해지는데다 통신 인프라의 핵심인 네트워크 분야에서 뒤처져 자칫 전체 정보통신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발표한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장비업체는 수출과 내수가 지난 5년 동안 크게 줄고 장비 유지보수 요율도 외산 장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삼중고`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3면

이 조사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 등 29개 장비업체와 KT·SK텔레콤 등 4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무선을 통틀어 네트워크 장비 산업 실태와 관련한 체계적인 보고서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유무선 장비 판매 실적은 수량 기준으로 2007년 57만대에서 2011년 113만대로 연평균 19% 증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0년 8856억원으로 잠깐 상승했다가 지난해 7625억원으로 감소해 5년 연평균 0.5%가량 줄었다.

수요도 대부분 국내시장에서 발생했다. 수출은 교환 장비(14%)를 제외하고 전송 장비(1.5%), 가입자망 장비(0.3%), 이동통신 장비(6.8%) 등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조사 장비 18개 가운데 10개 장비는 아예 수출 실적이 `제로`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했다.

통신사업자 구매 실적도 연평균 1.4%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7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이상 떨어져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았다. 전송장비는 전반적으로 구매액이 늘었지만 최근 캐리어 이더넷 등 중국산 구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사업자가 중국 장비를 선호하면서 중국산 장비 구매 성장률은 28.7%에 달했다.

교환 장비는 2008년과 2009년 인터넷 망 구축을 위해 일시적으로 구매가 상승했지만 2010년부터 다시 하락했다. 이동통신 장비도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0년 5359억원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다시 감소해 연평균 성장률이 13.3%나 역신장했다.

유지보수 요율도 외산업체에 비해 크게 낮아 중소 장비업체의 시름을 더했다. 사업자와 장비 업체의 유지보수 계약 체결 비율은 76%로 양호했지만 평균 유지보수 요율은 납품가액 대비 전송장비 0.7%, 가입자망 장비 0.9% 등 평균 1.2%에 그쳤다. 반면에 외산 장비는 3~5%였으며 무상 유지보수 기간도 국내업체는 평균 2.1년이지만 외산은 3개월~1년으로 사실상 불평등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응한 29개 장비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39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두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300억원 미만이었다. 평균 영업 이익률은 2.2%로 중소 제조업 평균인 5.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익률 10% 이상 기업은 6개인 반면에 영업 손실 기업도 11개에 달했다.

박재문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장비업체의 경쟁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떨어졌다”며 “네트워크 장비 수요 설명회, 유지보수 계약 가이드라인, 연구개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판매 실적(매출액 기준)

(단위: 억원)

통신사업자 구매실적(구매액 기준)

(단위: 억원)

통신장비, 수출·내수·유지보수비 '삼중고'

통신장비, 수출·내수·유지보수비 '삼중고'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