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난주 어느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업체 대표가 “여전히 춥다”고 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직원 월급 줄 걱정에 맞닥뜨린 CEO(최고경영자)가 많다”며 “그야말로 춘궁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아픈 말도 했다. “한국이 10년 전에 유무선 통신 강국이 됐고 최근엔 전자정부 강국으로 칭송되지만, 그 모든 것을 이룬 밑거름인 중소기업은 여전히 시름이 깊다”는 것이다. “춘궁기에 월급을 제대로 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하니 심각하다. 6년째 보안 솔루션 사업을 한 박 아무개 대표도 “수년간 회사를 거쳐 간 직원 수가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 수준”일 정도로 근근이 버텼다고 한다.
오랜 불황에 따른 생존 위협이 중소기업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렇다고 “우리 정말 어렵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지원센터를 만들었으니 찾아오라는 기관이 있고, 중소 협력기업과 공생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겠다는 대기업도 있다. 그럼에도 왜 봄이 봄같지 않아 여전히 덜덜 떠는 중소기업이 많은가. “춥다”고 말하기는커녕 입을 벙긋거리지도 못한 채 속병이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요식 행위를 떨쳐내고 가려운 곳 찾아 긁어 주라는 얘기다.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마냥 푼 뒤 “할 일 다했다”고 손털고 말 일이 아니다. 지원금이 적절한 곳에 온전히 제대로 투입되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애로를 해결하겠다”고 말부터 앞세울 게 아니라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 진짜 어려운 게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그래야 납품가의 1%도 되지 않는 유지보수료를 끌어안은 채 애태우는 통신망장비업계 같은 곳이 미소나마 머금을 수 있다. 월급 걱정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