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뻔해? LG, '윈도폰8' 개발 이대로 중단?

LG, 윈도폰 개발자 안드로이드폰 전환 배치…

LG전자가 윈도폰 개발 인력 100여명을 안드로이드폰 개발 조직에 전환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차세대 윈도폰 개발을 당분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윈도폰8` OEM 1차 개발사 참여 여부를 놓고 MS와 마찰을 빚어왔다. 이로써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MS 스마트폰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LG전자는 최근 윈도폰 개발자 200여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00여명을 안드로이드폰 개발 부문으로 발령냈다. 전환 배치를 받은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폰 개발을 위한 기술 실무 교육에 돌입했다.

교육을 받은 한 개발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MS의 차기 운용체계(OS) 윈도폰8에 맞춰 개발팀을 새로 꾸려 미국에도 파견했으나 최근 모두 철수하고 안드로이드폰 개발 부문으로 재배치됐다”고 말했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인력 전환배치로 `윈도폰8` 개발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본다.

LG전자의 윈도폰 진영 이탈은 당장 `윈도폰` 판매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윈도폰은 1.4%로 삼성전자 바다폰 2.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내실 경영의 상징적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사업을 매출 확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해온 관행을 모두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LG전자가 지난해 한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윈도폰7 한 모델을 유럽에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참패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MS가 윈도폰7을 내놓기 직전 MS 윈도폰 제1 파트너가 LG전자였다”며 “LG전자 내부에서는 MS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전했다.

MS는 LG의 이번 조치로 안드로이드·iOS 등과 OS 삼파전 구도로 만들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윈도폰8` OEM 개발사에는 노키아, 삼성전자, HTC, 후지쯔, 소니에릭슨, ZTE, 에이서 등 7~9개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와 삼성전자를 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마이너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윈도폰 개발 인력 일부를 안드로이드 개발 조직으로 재배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윈도폰 신제품 출시는 한두 종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 기업의 보수적인 투자로 해외 기업의 윈도폰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라는 이미 윈도폰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MS는 스마트폰 개발 인력 가운데 70% 이상을 노키아에 집중한다”며 “다른 제조사의 소극적인 태도에는 MS가 경쟁사인 노키아에 집중하면서 견제심리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윈도폰 성패가 노키아의 부활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MS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며 “LG전자와도 다양한 협력 방안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공식적으로는 “메이저 제조사 그룹에 참여하는 것을 MS와 여전히 협의 중”이라며 “MS와 전략적 관계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