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전력 수요관리 실효성을 높이려면](https://img.etnews.com/photonews/1203/261262_20120325143220_923_0001.jpg)
우리나라 전력소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10년 10.1%, 2011년 4.8%로 같은 기간 국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총에너지 소비증가율의 1.5배나 된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세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전력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 1인당 전력소비도 미국·캐나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국보다 많다.
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최근 들어 냉난방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다. 여기에 석유화학·철강 등 전력 다소비업종의 설비 확대로 산업부문 소비 또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항상 지적돼 온 산업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에너지소비 행태 변화도 한 몫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전기절약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실천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한다. 전력 수요관리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면에는 다른 에너지에 비해 낮은 전기요금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0년대 들어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폭은 턱없이 낮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소비과정에서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데다 가격마저 저렴하니 전기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신기술을 적용해도 전기를 생산해서 소비하는 과정에서 약 60%의 에너지가 증발한다. 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전기로 전환해서 사용할 경우, 에너지를 2배가량 더 쓴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전력소비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외에도 막대한 양의 유연탄·가스 등 화석연료가 쓰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어느 에너지보다 많다. 전기소비로 인해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출발점은 전기절약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력공급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발생한 순환정전은 수요예측 오류와 대응의 잘못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급예비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됐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설비증설이 따라가지 못해 예비율이 낮아져 아슬아슬하게 전기를 공급하던 차였다. 과거 최대전력수요가 냉방이 집중되는 여름철에 주로 발생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난방수요로 인해 겨울철에도 나타나면서 전력설비의 관리, 정비 등 계통운영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 전력수요 증가로 인해 공급불안이 구조적으로 고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전력사정과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수급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꿀 때가 됐다. 과거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의 공급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앞으로 수요관리에 보다 치중해야 한다. 수요관리 정책수단도 과거 규제중심에서 인센티브 기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냉난방 온도규제·강제 절전과 같은 규제적 방식은 비상시에 유용한 대책이다. 상시, 장기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절전 소비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절전형 요금 제도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유인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가격이다. 가격을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수요관리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원 간 합리적인 상대가격 책정을 통해 연료 간 경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 기반 위에서 각종 규제·절약기술 개발 등 다양한 수요관리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 절약 노력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전기 수요관리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원화된 노력의 결합적 산물이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kimj@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