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장비 업계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인터넷프로토콜(ALL-IP) 기반으로 전환기를 맞아 살아남기 위한 수 싸움이 맹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송장비 회사 중 하나인 A사 `엔지니어 모시기`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 3월 중순 A사 최대주주들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후 조직이 불안정한 틈을 타 다른 업체에서 인력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전송업계 관계자는 “현재 캐리어이더넷 장비 개발을 앞두고 각 업체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태”라며 “창업자 그룹 지분매각으로 향후 로드맵이 불확실한 A사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송업체 임원 역시 “A사 엔지니어를 데려오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특히 핵심인원들은 대부분 전송업체가 접촉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사 엔지니어 모시기 사례는 인력·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 전송장비 업계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단순 인력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발점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자칫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최근 통신사가 망 고도화 전략 일환으로 기존 MSPP(MultiService Provisioning Platform: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를 캐리어이더넷으로 대체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각 업체마다 IP 전송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전문 장비를 개발할 인력풀이 적은 것은 업계 공통된 고민이다. 기존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적당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7년 이상 실무를 쌓은 엔지니어를 원하지만 조건이 맞는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A사처럼) 허점이 보이면 나머지 업체들이 달려들어 뜯어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자금난은 업계 지각변동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캐리어이더넷 개발에 투자되는 금액은 대부분 중소 규모인 전송업체들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A사 역시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지분매각을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보다 스피디한 경영과 원활한 자금 확보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며 “통신사 연구개발(R&D) 출신 임원을 영입하는 등 캐리어이더넷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캐리어 이더넷 개발은 흔히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독자적으로 개발을 마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력·자금 등 장애물을 넘어 IP기반 전송장비를 개발해도 경쟁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전송장비가 최근 1~2년 새 통신사 시장을 휩쓸고 있어 이들과 한바탕 일전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중국 전송장비들이 국산 장비 단가의 4분의 1 이하에 들어오고 있어 개발에 성공해도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송업체 한 사장은 “과거 삼성 등 전송 쪽에서 재미를 본 대기업이 지금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손을 뗐다”며 “중소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업계 경쟁력을 키우기는 어려워 인력 영입, 외부 자금 유치 등 경쟁구도는 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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