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특정 부분이 월등한 것보다 전체적인 균형이 좋은 게 낫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면 소용이 없죠. 스마트 혁명에서 인쇄회로기판(PCB)이 바로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효범 삼성전기 ACI 사업부장(부사장)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고가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PCB 산업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강조했다. 고밀도·박형 PCB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 스마트 기기 혁신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브라운관 TV에서 디지털 TV로 시장 트렌드가 변할 시점에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점한 것처럼 스마트 혁명을 계기로 세계 PCB 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며 “약간은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연구개발(R&D) 비중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법을 고안해 글로벌 PCB 시장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FC 볼그리드어레이(BGA)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기술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초 소재 부문은 여전히 격차가 있고, 중저가 PCB 시장에서도 우리나라는 대만보다 원가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 소재 및 설비 국산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특정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국내 산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난제”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국내 PCB 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닌 PCB 시장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재·설비·공정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해 왔지만 시장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PCB뿐 아니라 IT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며 “다른 부문 간 업무 제휴를 확대하고, 대학 때부터 현장 교육을 강화해 창의력 있는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