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대한민국이 거꾸로 간다고 난리다. 여기저기서 ICT를 담당할 독립 부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중에는 4년 전 그나마 존재했던 정통부와 과기부를 없애는데 일조했던 분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걸린 대사를 불과 3~4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정한 것이다. 그리고 시행해 보니 문제가 많은 걸 알고 이제와 또 고쳐야 한다고들 한다.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는 예전부터 아주 흔하다. 왜 그럴까.
첫째 이유는 일을 추진하고 의사 결정하는데 원리 원칙이 없어서 그렇다. 힘 있는 한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한 나라의 중요한 정책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보상심리, 자리 보존을 위한 행동이 대부분이다. 어디에도 나라의 미래를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인 근거와 상식은 이 과정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 구조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검증되지 않은 한 개인 생각이 나라의 중요한 정책으로 결정될 수 있는 구조적 결함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는 적어도 관련 전문가의 의견 수렴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행위의 결과 예측이 반영되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이는 전쟁 후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뛰어 온 결과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구조는 기형아와 유사하다. 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직도 유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통계 자료를 보아도 우리가 OECD 국가 중 삶의 질이 가장 낮다. 경제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표가 하위권을 맴돈다. 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쪽은 통계 자료를 환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우리 현실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반대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찬성한다. 이것은 한두 가지의 극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은 연일 자기 자신과 당을 위해 투쟁하고, 언론도 서로 나뉘어져 같은 사실을 정 반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선량한 국민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절차 없이 오로지 힘 있고,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으로 나라의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배경에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 인력과 자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적어도 사회 지도층 중에 논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절차를 알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비롯해 권력 핵심인 상무위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다. ICT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대기업 CEO 3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도리와 이치에 맞고 논리의 법칙이나 과학적 인식에 들어맞는 성질을 의미한다. 그리고 행위가 능률적으로 행하여지거나 사태가 목적에 적합한 성질을 일컫는다. 간단히 말하면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 않고 아는 것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어도 과학이나 기술을 전공한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지 못한다. 혁신과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리 사회에 능력 있는 이공계 출신이 사회 곳곳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