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방송통신을 말한다] 스마트TV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구글과 애플은 원래 소프트웨어(SW) 회사인데 왜 스마트TV에 관심을 가질까. 스마트TV를 PC 혹은 전화기로 보는 걸까. 아니면 TV로 보는 걸까. PC로 본다면 검색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에, 전화기라면 이동서비스에, TV라면 영상 서비스에 주력할 것이다.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할 새로운 단말기를 찾는 모습이다.

[미래 방송통신을 말한다] 스마트TV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특히 이 중에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게 방송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2000만명이 IPTV나 케이블TV 시청자다. 이들은 더 이상 안테나를 달고 공중으로 날아오는 방송이 아니라 망으로 연결된 통신 기반의 방송을 보고 있다.

PC는 이미 오래전에 인터넷에 연결돼 세계 모든 컴퓨터가 가진 정보를 가져오고, 전화기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손안의 PC`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애플이나 구글 눈에 보인 건 TV다. 인터넷에 연결하면 앞으로 그것이 자동차 혹은 사람이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단말기를 연결하는 SW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SW기술은 생태계란 이름으로 만들어져 여러 사람이, 여러 모양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물을 막아 큰 댐을 만들면 어떤 사람은 물의 낙차로 발전을 해서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뱃놀이로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낚시로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달랐다. PC시대에는 PC를 열심히 만들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만들었다. 아마 스마트TV 시대나 스마트 카 시대가 오면 이를 열심히 만들 것이다. 잘못된 시각이다. 아무리 기기를 잘 만들어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운용체계, 웹, 서비스로 불리는 SW가 없다면 결국 기기는 생태계의 한 부품일 뿐이다.

그동안 SW는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제조업의 한 부품 정도였다. 원래 부품의 지위는 한 부분이고 그것 자체가 제대로 대접받고 살아오지 못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잘 나가지만 부품 회사가 잘 살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마른 수건 짜기`라는 이름으로 부품회사 허리를 조일 때 SW업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단말은 시대에 따라 바람처럼 사라진다. PDA, 네비게이터, MP3, 디카 등이 사라졌고 앞으로도 사라질 것이다.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SW가 더 이상 부품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융합시대에 가장 중심에 있는 SW는 점점 중앙으로 모인다. 단말은 가벼워지고 단말 정보처리 요구를 받은 SW는 중앙으로 모여든다. 그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구글은 서버를 몇 대 가졌는지 비밀에 붙인다. 전문가도 몇 백만대 이상 보유하고 운영 중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구글은 서버를 가장 싸게 그렇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SW기술을 갖고 있다. 지금 PC는 PC가 아니다. 과거 입장에서 보면 슈퍼 컴퓨터다. 지금 스마트폰도 전화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컴퓨터다.

거대한 SW기술은 스마트TV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SW는 거대한 생태계로 TV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개인이 만드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보여 줄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연결해 주고 PC에서 하던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SW를 융합 중심축으로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TV라는 새로운 놀이터에서 다시 놀 수밖에 없다.

박세영 방통위 PM(seyoung@knu.ac.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