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履歷書)는 과거를 보고 추천서는 미래를 본다. 이력서는 그 사람이 발(履)로 인생을 살아온 역사적(歷) 기록(書)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성취했는지 보다 어떤 시련과 역경을 넘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의 성취는 또 다른 성취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중간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끄트머리`라는 말이 있다. `끝`과 `머리`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끝`에 `시작`이 있고 `시작`에 `끝`이 함께 있다는 뜻이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출발점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하게 되고, 시작과 함께 끝을 지향하는 말이다. 이력서는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 기록이고, 시작해서 끝을 맺은 성취의 역사다. 이력서에는 한 줄로 표현돼 있지만, 그 한 줄은 그 사람 인생의 고뇌와 고통을 체험한 산 역사가 담겨 있다. 이력서는 무엇을 했다는 결과보다는 성취한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어떤 역경 속에 고뇌에 찬 결단과 행동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체험적 역사를 기록한 나의 이야기다.
내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다. 이력서는 내 이야기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반면에 추천서는 한 사람의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보고서다. 추천서는 그 사람의 갖고 있지만 아직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을 간파하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는 격려문이자 장려문이기도 하다. 추천서를 받은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퍼지게 하는 문구나 칭찬이 추천받는 사람의 도전적 의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력서만 보고 추천서를 보지 않으면 과거 경력은 알 수 있지만 미래 꿈과 비전은 알 수 없다. 이력서 없는 추천서는 허무맹랑한 꿈의 기록일 수 있으며, 추천서 없는 이력서는 꿈이 없는 과거 이력에 매몰될 수 있다. 이력서를 기반으로 추천서를 작성할 때 그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의 나는 과거 이력이 만들어준 것이고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꿈꾸는 비전이 실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