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은 힘이 빠졌고 중국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본인이 5년 전 언급했던 `샌드위치론`에서 삼성전자가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다. 일본 업체를 바라보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됐다.
이 회장의 발언은 두 달이 지난 현재 한일 전자 업종의 시가총액 격차로 증명됐다. 캐논과 히타치, 파나소닉, 소니, 도시바 5개 업체를 모두 더해도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밑돈다. 시가총액은 기업 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시총 20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삼성전자 시가총액 상승은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해 200조원 매출에 25조원 영업이익 전망이 대세다. 작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와 12% 정도 늘어난 수치다.
1분기에 실적호전이 기대되면서 증권사마다 목표 주가도 상향 움직임이 뚜렷하다. 200만원을 점치는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올해 전반적 경기둔화 우려가 있지만 삼성전자 세트와 부품사업은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를 중심으로 정보통신 부문의 호조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사업부에 비해 이익 기여도가 높다.
D램 등은 업황 바닥을 통과했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디스플레이에서도 오랜 불황을 뚫고 흑자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에서 이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와 AM OLED 등 신산업 성장도 기대된다”며 “메모리도 업황 바닥 통과와 함께 경쟁 업체 구조조정으로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 위해 자존심 버렸다=일본 전자 업계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소니는 화학 부문을 매각했고, 파나소닉은 PDP 패널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샤프는 홍하이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겼다.
히타치는 TV 공장을 중국 하이센스의 고객 지원 거점으로 넘겼고, 산요는 백색가전 사업을 하이얼에 매각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고사하고 한국 기업도 한 수 아래로 취급했던 일본 전자 업계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존심을 판 셈이다.
일본 전자 업계는 지난해 대지진과 태국 홍수라는 자연 재해를 겪었다. 기록적 엔고로 수출 경쟁력도 급락했다. 파나소닉과 소니는 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CEO) 카드를 꺼냈고, 샤프 역시 수장을 교체했다.
일본 내에서도 전자 업계의 실적 개선 전망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는 “과거 일본 전자 제품은 그 자체가 브랜드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기술력이나 가격 모두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엔고 충격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고 대지진 복구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소니의 하드웨어와 콘텐츠 융합 전략이나 파나소닉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 등이 성과를 내면 일본 전자 산업의 재기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