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쓴 소리를 쏟아냈다.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자리를 내놓았을 정도로 작심했다. 그만큼 비판이 신랄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말로만 외칠 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제안할 만큼 대기업에 대한 상심이 깊었던 모양이다. 화살은 관료에게도 날아갔다. “5~6년 시행한 끝에 이미 성과가 없다고 판명된 성과공유제만 거듭 주장”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무력해진 결정적 이유로 들렸다. 그는 특히 “정부가 사회적 상생을 위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며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의 퇴진이 안타깝다. 대·중소기업 공생의 한계가 드러나서다. 이게 경제 민주화의 한계로 이어질까 두려울 지경이다.
중소기업이 오랜 경기 한파로 시름시름 앓는데 처방은커녕 벼랑 끝으로 몬다. 이래선 곤란하다. 중소기업 도산으로 실업이 늘면 가계도 앓게 마련이다. 일자리가 줄면 당연히 소비도 준다. 우리 대기업은 이런 시장에서도 잘 버틸 만큼 강한가. 아니, 그냥 움츠릴 개연성이 크다. 불황을 핑계 삼아 투자를 줄이고 비용 절감에 혈안일 게 분명하다는 얘기다.
이건 전면적 붕괴다. 불행을 스스로 불러올 이유가 있는가. 가계와 경제적으로 공생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마땅히 함께 살 존재다. 이런 책임을 외면한 채 경영권 세습에 골몰하는 대기업을 반길 소비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 기업 제품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대기업은 `지속 가능한 공생의 길`을 가슴에 각인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정부도 분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