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하반기부터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업체들이 저렴한 기본료와 통화료, 데이터요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MVNO란 SK텔레콤, KT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두 구축해 놓은 무선망을 빌려서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말한다. 때문에 통화 품질은 같지만 기본료와 통화료가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MVNO 가입자는 아직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www.kcc.go.kr)가 지난 3월 30일 밝힌 바에 따르면 2011년 2월말 현재 국내 MVNO 가입자는 SK텔레콤이 8만 9,000명, KT가 33만 7,000명, LG유플러스가 3만 명가량으로 45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에도 못 미치는 0.87%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8.4%, 영국 12.6%, 프랑스 6.0%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비율이나 수량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것.
■ MVNO도 해외로밍 자유로워진다
이처럼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MVNO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인데다 가입자를 유치해서 수당이나 수수료를 받는 별정통신업체와 MVNO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MVNO 사업자들이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대형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인지도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적정한 가격에 쓸 수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세운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단말기 부족 문제도 해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3월 30일 MVNO 사업 활성화 대책을 밝히면서 MVNO 밀어주기에 나섰다. 우선 약정 기간이 끝났거나 보다 저렴한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싶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던 번호이동성제도(MNP)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미리 돈을 내고 쓰는 선불식 MVNO 서비스와 후불식 MVNO 사이에서 번호이동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만 쓸 수 있었던 MVNO 서비스의 로밍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원 이동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로밍 서비스가 제공되며 대상 국가도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요한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통신비 지원 마케팅 나선 업체도 있어
특히 SK텔레콤은 MVNO 시장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20일에는 SK텔레콤 통신망을 이용한 MVNO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를 시작한 반년 만에 가입자를 5만명 확보했고, 가입자를 다시 두 배로 늘리는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것.
이처럼 SK텔레콤의 공격적인 자세가 지속되면서 MVNO 사업자들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앞다투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USIM(가입자식별모듈)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간 1만원씩 총 3만원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신규가입자에게는 개통 3개월 후 페이백 형식으로 1만원을 지급한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슈퍼슬림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기본료가 월 3,630원에 불과해 통화량이 적거나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3개월 이상 무료로 쓸 수 있다. 가입비·유심비 등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제반 비용도 면제받을 수 있다. 유심을 꽂을 수 있는 피처폰·스마트폰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kct.tplusi.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마이너스 마케팅’ 이유 따로 있다?
MVNO 사업자들이 이처럼 가입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오는 5월에 시행되는 ‘IMEI 블랙리스트’ 제도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면 이동통신사 대리점·판매점이나 개인간 거래 이외에 유통 경로가 전무했다. 하지만 오는 5월부터는 대형 할인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 전자제품 전문점에서도 직접 휴대전화를 판매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직원이 추천해주는 휴대전화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전문점에서 판매 직원이 기존 이동통신사는 물론 MVNO 사업자 중 저렴한 곳을 골라 주는 광경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들여온 휴대전화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유심을 꽂아 쓸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