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 못지않게 한국 음원시장을 뒤흔들 시한폭탄 하나가 수면 밑에 잠복해 있다. 바로 애플 아이튠스스토어의 국내 상륙이다.
아이튠스스토어는 아이팟·아이폰과 연계된 애플의 음원 판매 서비스다. 곡당 0.99달러의 종량제 다운로드 방식이다. 권리자에게 수익의 70%를 분배하는 정책과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디지털음원 유통을 혁신했다.
![[인터넷을 말한다] 아이튠스 스토어 코리아 파급력은?](https://img.etnews.com/photonews/1204/264470_20120402172218_150_0001.jpg)
최근 애플이 국내 주요 음악 제작사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아이튠스스토어 연내 오픈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아이튠스 이후`의 한국 음원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저렴한 정액제 상품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곡당 0.99달러, 우리 돈으로 1200원 정도 되는 아이튠스 가격정책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음원 유통업체가 긴장하면서도 경쟁력을 자신하는 이유다.
권리자들은 아이튠스스토어 국내 진출을 일단 환영하고 있다. 다운로드 방식 과금이라 곡을 팔 때마다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정산과정이 빠르고 투명한 것도 장점이다.
인디음악계도 관심이 높다. 인디음악 팬은 음악에 대한 관심과 지불의사가 높은 편이라 아이튠스에도 지갑을 쉽게 열 것이란 기대다.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는 “인디 콘텐츠 소비자나 아티스트는 아이폰 이용자가 많아 잠재 고객이 더 많다고 본다”며 “인디음악에선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확산 효과와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유리한 조건의 수익 배분과 해외 진출 지원을 앞세워 권리자에게 접근하면 만만찮은 파괴력을 가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제작사에 파격적 수익 배분과 해외 유통 지원을 약속하고 소녀시대나 미쓰에이 같은 고정팬이 있는 인기 아이돌 신곡 독점권을 확보, 곡당 2000~3000원에 판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장을 넓히고 싶은 대형 기획사나 국내 활동의 한계를 느끼는 인디음악인 등에게 해외 진출 지원은 매력적인 당근이다.
이런 전략이 먹히면 권리자와 직계약한 아이튠스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국내 유통사는 아이튠스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유통해야 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해외 플랫폼 종속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유통은 대부분 유튜브 등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튠스까지 가세하는 것. 국내 창작자에게도 어느 순간 이런 의존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창자작들이 “국내 생태계에 맞는 시스템이 나와 경쟁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아이튠스스토어 국내 진출은 인디음악계를 시작으로 차츰 주류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