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말한다] 영화계도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 논란

1990년대 청춘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영화 `건축학 개론`. 이 영화에 쓰인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은 우리를 그때의 추억으로 안내한다. 이처럼 음악은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음악이 흘러나오면 이는 `공연`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영화 음악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개정,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공연으로 인정하고, 매출 기준으로 제작사나 극장에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제작사가 영화 제작 전, 저작권자와 포괄적 사용 허락 방식으로 계약을 해 복제 사용료를 지급했다.

새 규정에 따라 복제와 공연을 따로 허락하면 복제사용료는 예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서 정액으로 규정하고 공연사용료로 극장 매출의 0.06%(1분 미만 사용 기준)를 내게 된다.

영화계는 이 같은 징수 규정 변경으로 연간 100억원의 추가 저작권료 부담이 생긴다며 반발했다. 영화계 11개 단체는 “극장이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도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점,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도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려는 음악계와 `산업 붕괴`를 우려하는 영화계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음악계는 당초 요구한 사용료율이 0.5%에서 0.06%로 줄고 극장이 아니라 제작사도 지불 주체에 포함된 것이 불만이다. 양측 모두 불만을 드러내면서 절충안을 마련한 문화부는 당혹해 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사용료 징수 규정이 복제사용료만 명시, 영화에 대한 공연 허락 여부가 불분명했던 것을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며 “영화계와 음악계 합의가 결렬된 상황에서 음악 창작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영화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원의 영화계 추가 부담은 평균적으로 영화에 쓰이는 30여곡이 모두 창작되고 모두 별도 공연권을 행사하는 때에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인기곡을 사용하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영화 제작사가 음악감독을 고용해 영화음악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 추가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

단, 이럴 때 기존 인기 가수나 작곡가가 아닌 순수 영화음악 창작자는 별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박장순 영화음악 PD는 “기존 인기작곡가는 권리를 인정받는데 영화음악인은 제작사에 종속된 위치로 간주돼 혜택에서 소외된다”며 “여건이 좋은 드라마 음악 등으로 우수 인재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