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각 주 단위 중소 이동통신업체를 통해 아이폰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까지 아이폰 독점 공급을 고수하던 데에서 멀티채널로 전략을 바꾸면서 이제는 지방 중소도시까지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CNN머니는 버지니아주 이통사 엔텔로스가 애플과 정식 계약을 체결해 이달 20일부터 아이폰을 공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출시 가격도 파격적이다. 버라이즌, AT&T 등 주요 이통사보다 최대 50달러가량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아이폰4S는 150달러, 아이폰4는 단돈 50달러다.
미시시피주 이통사 씨스파이어 역시 지난해 12월 애플과 계약을 맺고 아이폰을 공급했다. 당시 씨스파이어는 나온지 한 달 남짓한 아이폰4S를 가장 먼저 파격적인 할인가에 제공한 첫 이통사였다.
이들은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에 이어 4, 5번째로 애플과 정식 계약을 한 업체다. 가입자는 100만명도 채 안된다. 씨스파이어는 90만명, 엔텔로스는 40만명 남짓한 회원을 두고 있는 소형 이통사다. 스프린트 가입자가 52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 정도 규모다.
애플이 이런 소규모 지역 이통사와 속속 계약에 나서고 있는 것은 판매 활로를 넓히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50%를 넘었다. 애플은 30.2%로 2위에 머물렀다. 경쟁사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메트로PCS, 립와이어리스, 크리켓 등 중소형 이통사를 통해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굳이 대형 이통사만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도심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떨어지는 지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아직 지역 이통사들의 규모가 작아 애플 점유율이 급속도로 확대되진 않겠지만 아이폰 유통 저변이 보다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역 이통사는 아이폰을 통해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 애플과 계약한 이통사의 전례에서 보듯 일정 수익 이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기다려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이 초반 출고가를 파격적으로 해 가입자를 먼저 유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엔텔로스의 짐 하이드 CEO는 “솔직히 말하면 아이폰을 공급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지역 이통사도 주요 이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엔텔로스는 아이폰 이용자가 기존 엔텔로스 피처폰 이용자보다 25~40%가량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다.
엔텔로스는 애플과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힘든 협상이었다고 전했다. 하이드 CEO는 “애플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지 않는 이통사에 대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조차 앉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플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는 미 이동통신업체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