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65>닭들의 대화

한 마리의 성질 급한 닭이 `꼴까닭` 하면서 나타나더니 그에 뒤질세라 또 한 마리의 닭이 `후다닭` 나타나서 한마디한다. `꼴까닭`은 닭들의 세계에서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말과 행동 모두 숨 넘어가듯이 한다. `후다닭`은 뭐든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후다닥 해치우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예전에는 가장 비싼 닭이 `코스닭`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잘나가는 코스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기류를 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없이 추락하는 닭이 바로 `코스닭`이라는 것이다.

상승하는 `주식(株式)` 시장에 `홀닭` 반해서 미래를 위해 투자했지만, 지금은 `주식(主食)`을 걱정할 정도로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홀닭`은 닭 중에 가장 야한 닭이라는 설이 있다. 문제는 `홀닭`은 자신의 마음을 끄는 뭔가가 나타나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홀딱 반해버린 나머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홀닭`은 그래서 변화추세나 주식시장 동향을 잘 못 읽고 올인한 나머지 지금 매우 딱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투자(投資)`가 아니라 `투기(投機)`였다고 `홀닭`이 고백했다.

그러자 `꼴까닭`이 그렇게 된 `까닭`은 `발바닭`이 닳도록 전력투구하는 삶을 살지 않고 한 방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심리 때문이라고 야단을 치는 게 아닌가. 이에 질세라 성질 급한 `후다닭`도 `꼴까닭`이나 다름없었다고 반성하는 듯했다. `발바닭`의 `발바닥`을 보니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만큼 세상을 온몸으로 뛰어다니면서 몸소 체험한 산 교훈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배움이라고 `발바닭`이 주장했다.

모든 닭은 살아가는 저마다의 까닭이 있다.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냥 거기에 존재하는 게 없다. 다 거기에 존재하는 `까닭`이 있다. `까닭`을 알아야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있다. 까닭을 알기 위해서는 사연을 알아봐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홀닭` 반하거나 `후다닭` 도망치지 말고 뚫어지게 관찰하고 귀 기울여 사연을 들어보면 겉으로 보이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