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목적은 성공이지 경쟁이 아닙니다. 한국 창업 문화의 잘못된 점 하나는 지나친 경쟁 시스템입니다.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즐거움이 나오고 즐거움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합니다. 창업을 한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조언하며 진정한 네트워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탠퍼드 대학 컨설팅 교수이자 창업조직 에임스(AIMS) 설립자인 이르판 알리 칸(Irfan Ali-Khan)교수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창업자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고 협업하는 일이 드문 반면, 미국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창업의 즐거움과 가시적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르판 교수가 설립한 AIMS는 스탠퍼드 박사 후 과정(Postdoc)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창업이란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창업 준비조직이다.
이르판 교수가 AIMS를 설립한 이유는 학문적 성취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또 교수가 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박사 후 과정 학생들에게 창업이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스탠퍼드 박수 후 과정에는 1800여명이 있지만 교수가 되는 이들은 실제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를 창업으로 유도하는 것이 AIMS의 목표다.
“스텐퍼드 학생이라고 처음부터 창업에 적극적인 건 아닙니다. 이들도 창업에 따른 위험을 두려워하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함께 할 동료를 만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가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AIMS의 역할입니다.”
이르판 교수는 스탠퍼드가 스타트업 메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사고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다른 곳에선 외면 받는 아이디어도 스탠포드에선 이해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떤 아이디어도 스탠포드에선 무시 받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선 미친 짓 일수 있지만 이곳에선 혁신이죠. 이런 열린 사고에 지식적 깊이, 우수한 벤처생태계가 더해서 스탠포드를 창업 메카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는 한국에도 AIMS 같은 자유로운 창업 준비 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경진대회 같은 경쟁시스템을 통과하는 것으로 창업 첫 발을 내딛는 것보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창업과 협업을 즐기는 문화를 체득하는 것이 올바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향후 한국에 AIMS를 알리고 같은 문화를 심기 위한 활동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이르판(Irfan Ali-Khan) 교수=영국 임페리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 대학 컨설팅 교수로 활동하며 2010년 창업조직 AIMS를 설립했다. 현재는 AIM 고문이자 바이오벤처 뎀옵틱스(DermOptix)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AIMS=스탠퍼드 대학의 창업 준비조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임이다. 현재 15개 스타트업이 AIMS를 통해 창업에 성공했고 100여명의 스탠포드 학생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