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유럽이 부리고 돈은 미국이 번다?

5월 진행될 예정인 페이스북 기업공개(IPO) 규모는 5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유럽 ICT 기업 전체 IPO 규모는 3억8900만달러였다. 내가 가진 기술의 진가를 알아줄 확률이 유럽보다는 미국이 훨씬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재주는 유럽이 부리고 돈은 미국이 버는 `IPO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유럽이 ICT 벤처 붐의 과실을 미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기획 보도를 실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ICT 기업 IPO 규모는 각각 45억달러와 3억8900만달러. 미국 IPO 시장은 활력이 넘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게임업체 징가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로 10억달러 뭉칫돈을 유치했다. 링크드인은 3억9000만달러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반면 유럽은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기업공개에 성공한 것은 2010년 러시아 포털 메일닷루그룹이 런던에서 기록한 9억달러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유럽 업체도 늘고 있다. 러시아 포털업체 얀덱스가 보유한 4개 업체는 지난해 뉴욕 기업공개로 18억달러를 끌어들였다. 아일랜드 통신 소프트웨어 오프넷과 체코 백신업체 어베스트, 핀란드 스타트업 알렉스트라는 뉴욕에서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런던 벤처 캐피털 업체인 볼더튼 캐피털을 설립한 배리 말로니는 “10년 전만 해도 메이저 업체는 유럽에서, 마이너 업체는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했는데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산업 규모 차이가 큰 것도 두 지역 투자 지형도를 바꾼 주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총 ICT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미국이 유럽보다 거의 8배나 많았다. 글로벌 ICT 기업 10위 안에 드는 유럽 업체는 독일 SAP 한 곳이다. 전체 ICT 기업 규모는 미국 3조달러, 유럽 3510억달러로 미국이 유럽보다 약 9배 컸다.

마이크 찰펜 런던 어드벤트벤처파트너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와 ICT 관련 투자 자금이 많아 기술을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면서 “지금 당장 기업공개를 해야 한다면 미국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