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 ICT선거와 맥루언의 예지력

`미디어는 메시지다.` 미국의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의 명언이다. 1960년대에 한 말이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 선거를 바라보니 아무래도 그의 이 같은 말을 벗어나긴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부 정당 대표 선거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해 적잖은 효과를 보았다. 잡음이 있긴 했지만 4·11 총선 후보자 경선에서도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모바일 투표를 도입,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뭐가 불편했던지 보수 논객들은 모바일 투표의 폐해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의 그림자가 결국은 게임 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무용론 같은 것으로 이어지고 기존의 전통적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전히 그릇된 말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의 도래가 초래하는 필수 코스다.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양립한다. 그런데 정치적인 견해 차이 때문에 부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는 게 걱정스럽다.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받는 혜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편한 게 있으면 매도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이해관계와 직결된다면 더욱 그렇다. SNS를 젊은층의 선거 독려 도구로 삼는 것은 그래서 `불경한 짓`으로 폄하된다.

심지어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까지도 ICT를 섣불리 도입한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는 지경이다. 만약 디도스 공격에 어떤 조직이 관여한 게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헌정 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그런데도 주범은 늘 기술이 된다.

맥루언 식으로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은 단순한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인간이 고안한 도구다.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단순히 문자와 소리, 이미지의 내용적인 게 아니라 바로 세계관의 변형이다.

스마트폰을 눈과 귀, 입의 확장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기존의 음성폰과는 달리 시각과 청각, 언어의 확장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감각적 배분을 일으킨다. 스마트폰 등장이 이 같은 인간 감각비율의 균형을 깨뜨리거나 새롭게 배분한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이 없다.

맥루언의 말처럼 석기 시대의 도끼는 손의 연장이다. 서적은 눈의 연장이다. 전신·전화·TV 같은 전기회로는 중추신경의 연장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간 능력의 확장 내지는 연장으로서 스마트폰은 정보에 대한 감각과 사고, 행동을 바꿔놓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래서 통신·방송·신문·인터넷·위치정보 등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새로운 감각 균형을 낳고 새 정보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맥루언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설명하는 것`이 아닌 `탐구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던져준다. 일방향성이 아닌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한 ICT혁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맥루언이 예고한 것처럼 끊임없이 인간의 눈과 귀, 입의 확장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정보와 지식의 독점이 깨지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읽은 맥루언의 예지력이 놀라울 뿐이다.

총선일이 다가왔다. 맥루언이 얘기하는 미디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모두 파는 것이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미디어 탓만 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만, 감각과 인식, 지성의 확장 도구로서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