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대한 정부 규제 움직임 사실상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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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웹툰 규제 움직임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만화 업계는 온라인게임과 유사한 민간 자율등급제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웹툰은 학교폭력의 주범이라는 낙인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와 만화 업계는 지난 3일 웹툰 자율규제 시스템 도입에 관한 사전 협의를 가진 데 이어 9일 자율규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방심위가 지난 2월 23편의 웹툰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이다.

만화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태호 작가는 “웹툰 등급분류 및 심의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앞으로 꾸려질 자율등급제팀이 심의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웹툰 작가들은 민간 자율등급 분류 시스템 도입과 함께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웹툰작가협회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이미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르면 5월 출범한다.

웹툰 심의는 미국과 일본 등의 제도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창작자와 유통사가 자율적으로 12·15·18세 등의 등급을 정한다. 미국은 코믹스코드(CCA)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각 출판사가 정한 등급대로 회사별 심의가 이뤄진다.

방심위의 웹툰 규제 철회는 대표적 인터넷 콘텐츠의 산업적 중요성뿐 아니라 자율규제를 준비 중인 만화계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화계는 1인 시위 등 실력행사와 함께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를 설득했다.

만화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구체적 웹툰 정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만화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전설의 주먹`을 그린 이종규 작가는 “만화가들이 환영과 함께 많은 기대를 건다”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미국은 회사별로 심의가 이뤄지며 일본은 매체 특성에 맞게 성인만화가 유통된다”면서 “해외 사례와 우리 현실을 감안해 좋은 정책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만화산업은 지난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 이후 퇴락의 길을 걷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웹툰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는 200∼300명 수준이다. 방심위는 네이버와 다음 등에 연재되는 `전설의 주먹` `지금 우리 학교는` `더 파이브` 등 웹툰 23편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예비 지정했다가 산업계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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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