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스트바이 CEO 사임…오프라인 유통사 "나 떨고 있니?"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의 쇼룸으로 전락했다.”

오프라인 가전양판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세계 최대 가전양판전문점인 베스트바이도 인터넷몰의 거친 공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브라이언 던 미국 베스트바이 CEO가 돌연 사임했다고 AP통신 등 주요매체가 10일(뉴욕 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이크 마이칸 이사회 멤버가 임시 대표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베스트바이 측은 “던 CEO와 회사 사이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입사 후 28년간 베스트바이에 재직하며 CEO 자리까지 오른 던을 물러나게 한 결정적 배경에는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가 있었다. 대형 매장에서는 제품 체험만 하고 실제 구매는 가격이 싼 인터넷에서 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프라인 실물거래는 연간 10% 이상 떨어지는 추세다. 베스트바이에선 지난 일곱 분기 중 무려 여섯 분기에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연말 쇼핑 시즌에는 대규모 할인과 무료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했음에도 전년보다 매출이 2.4% 줄었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7% 줄면서 12억30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해 상반기 전자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69%나 뛰면서 전체 매출도 46% 증가했다.

매장 1400개로 미국 내 최대 전자전문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최근 수년간 43개 점포에서 점포 규모를 15% 줄이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지난 달에는 50개 점포 문을 닫고 대신 100개의 스마트폰 판매점을 열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8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체 수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형 스마트폰 판매점을 더욱 늘리고 대형점포는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베스트바이는 새로운 CEO 선임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새로운 CEO는 베스트바이를 빅박스에서 스몰박스 포맷으로 순조롭게 이행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