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소셜네트워크로 뽑은 선량](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4/11/268266_20120411173006_022_0001.jpg)
예상한 대로다. 이번 4·11 총선도 사이버 민심(民心)이 판세를 결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된 후 치르는 첫 전국 규모 선거인 만큼 선거운동과 유세 방식도 예전과는 달랐다. 후보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여러 계정을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인터넷에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급증하면서 실제로 투표율 상승도 이끌어냈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사이버 여론과 네티즌 표심은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사이버 여론의 막강한 힘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10년 전, 제16대 대통령선거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지난 2002년 선거 당일 오전까지 이회창 후보가 앞섰지만, 오후 들어 핵심 지지층인 20·30대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하면서 노무현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과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졌다. 2003년 2월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을 정도였다. 이후 치러진 선거부터 후보들 사이에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지면, 당선되기 어렵다`는 게 불문율이 됐다.
인터넷과 SNS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특히 이번 4·11 총선은 SNS를 이용한 선거 운동이 합법화된 첫 선거다. 투표일에 앞서 닐슨이 전국 만 18∼54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SNS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85.1%에 달했다. 또 유권자의 39.4%가 SNS를 통한 정치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인터넷 여론 분석시스템인 `온라인 버즈(Buzz)` 조사에서도 넷심(Net-心)과 실제 선거 결과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오프라인에서 크게 뒤처지던 후보라도 인터넷에 긍정적인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현장 지지율은 초박빙을 보인다. 네티즌 투표 독려 글이 한 개씩 늘어날 때마다 실제 투표율도 올라간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정치인이 유권자와 교류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는 인터넷으로 200달러 이하 소액 정치자금 기부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소액 기부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전통적인 거액 정치자금 기부자(fundraiser) 역할을 크게 축소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올해 재선 운동에서도 오바마는 `스퀘어`라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선거 자금을 모금한다. 스퀘어는 스마트폰에 작은 카드 리더를 연결,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오바마 캠프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 지지자가 직접 다니며 모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의 힘을 업고 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모바일 기술로 재선을 노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후보자가 나눠주는 유인물이나 벽보가 아니라, SNS와 인터넷으로 공약과 정책을 접한다. 젊은 유권자들은 스마트폰, 페이스북 등 IT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는 정치인을 선호한다. 그래서 인터넷과 SNS로 국민과 진솔한 소통을 이뤄내는 후보자가 빠르게 지지층을 늘려나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必然)이다. 올 연말에 치러질 대통령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확성기를 이용한 오프라인 유세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젠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뒤처지면 실제 선거에서도 진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