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이준현 원장(jhlee@ketep.re.kr)
경제 개발을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는 섬유·중화학·기계공업·IT산업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IT부문은 특히 1990년대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10년 국내 총생산의 26%를 차지하는 주요산업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 내내 대한민국 IT산업의 국가경쟁력 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는 성장엔진으로 지금도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R&D 투자, 우수인재 양성과 산학연 협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ET단상]에너지 기술강국으로 나가야 할 때](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4/12/268662_20120412105101_087_0001.jpg)
근래에 와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에너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유가로 인해 원유를 기반한 에너지 수급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대체 에너지 활용 방안이 강구된 것이다. 그린 에너지 기술개발은 미국·일본과 같은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가 당면한 기후 변화와 온실가스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주도되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불황 타개 해결책으로 그린에너지산업이 새로 각광 받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강력한 그린뉴딜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그린에너지 산업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2010년 하반기 기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정책`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신재생 에너지분야에서만 3만65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우선 기업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 수가 정부 정책지원과 함께 크게 늘고 있다. 국내 태양광·풍력·바이오·지열·태양열·연료전지 등 6개 분야 제조업체 수는 2004년 49개에서 2010년 기준 212개로 늘어나 연평균 28.2%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기업 참여와 함께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향후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녹색 성장`에 눈을 돌렸다. 2008년에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후 지난해에는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 2011`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그린 에너지 부문의 일자리 150만 개를 창출하고 내수 94조 원, 수출 328조 원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에는 올 한해 에너지 R&D에 1조 821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투자되며, 규제로 인해 외부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에너지기술개발은 추진과 보급 등에서 민간이 주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글로벌 그린 경쟁(Green Race)에 대응한 에너지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주축으로 산학연이 연계된 국가차원의 기술개발전략체계의 수립이 우선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 연구소의 기술 개발의 사업화 성공을 위한 실증단지 구축과 인증시스템 확대 같은 사업화 기반 강화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부품이나 소재와 장비 부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국산화율을 높여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과 소재의 개발을 중소·중견 기업에게 맡기고 대기업은 시스템의 통합과 조정 역할을 담당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상생협력 기술개발 모델을 확산하도록 하는 것 또한 정부가 할 일이다. 물론 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사안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오는 18일에 열릴 `글로벌 그린에너지 리더스 포럼 2012`은 그린에너지 기술강국이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런 사안을 논의하게 될 공론의 장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전문가가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칠 이번 행사에서 최신 기술·동향을 공유하고 R&D 추진에 있어서 정부, 기업, 대학교 간 역할을 점검해 봄으로써 우리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린에너지 강국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걸어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