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목표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국가 전체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창의력 있고 우수한 학생을 이공계로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사회적 분위기, 여기에 우수한 인재가 자발적으로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내 이공계 출신 박사는 비슷한 기간에 공부한 의사·변호사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국내에는 이공계 박사가 연구원으로 평생 일할 안정된 자리가 너무 적어 대학 교수직을 선호하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다. 따라서 국내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우수 인재가 줄고 해외에서 공부한 경우에도 귀국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박사급 인재만 문제가 아니다. 이공계 대학생은 국내 전자분야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인생 목표인 친구가 많이 있다. 대기업 몇 군데를 제외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1970~1980년대 정부의 강력한 이공계 육성 의지로 잠시 높아졌던 고등학교 이과 지원 학생의 수는 IMF 외환 위기가 일어난 1997년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1997년 문·이과 선택을 한 고교 1학년생이 치른 2000학년 수능에서 자연계를 선택한 학생은 34.6%에 그쳤다. 외환 위기 경제난으로 기업은 R&D인력을 우선 줄였고 결국 이공계 출신은 제대로 된 처우는 커녕 취업조차 힘들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2002학년도에는 인문계 56.4%, 자연계 26.9%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이공계 육성 정책에도 2011년 수능에선 자연계 학생이 33.9%에 그치는 등 아직도 비율은 문과 절반 정도에 머무른다.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12개 중앙행정기관 참여로 2006년부터 제1차 이공계 인력·육성 지원 기본계획이 5년간 시행됐고 2011년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11개 정부 부처가 제2차 이공계 인력 육성과 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9조원 이상의 예산을 2015년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1차 계획이 주로 이공계 대학개선, 핵심연구인력 양성 등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었다면 2차 계획은 과학기술인의 생애를 초·중·고, 대학, 취업, 재직과 퇴직 등의 4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로 육성 지원한다. 초·중·고 학생을 위한 창의적 학습 여건을 조성한다는 내용은 미래 우리나라 경쟁력 우위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계획이다.
하지만 5년간 1차 계획이 끝나고 2차 계획도 이미 2차 연도에 들어선 지금 소요된 엄청난 예산에 비해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5년간 1차 계획이 완료된 시점이지만 대학 이공계 육성 정책 결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정말 어렵게 큰 예산을 만들어 집행하지만 사업을 효율적으로 유지 보수하고 관리하는 사후 관리 시스템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가 장비를 구입하고도 장비를 운영할 예산이 처음부터 책정되지 않아 구입한 장비는 얼마 후 고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공계 인력과 육성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지만 막상 사후관리 시스템을 위한 예산은 어디를 보아도 없다. 처음부터 전체 예산의 일정한 비율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후 관리를 위해 할당되어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 원동력이 과학기술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디지털과 인터넷이 주도할 미래 ICT분야 경쟁력은 변화와 혁신에서 온다고 할 때 창의적이고 우수한 이공계 인재의 양성은 더 이상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양적인 팽창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고려는 더욱 중요하다. 사회 전반의 인식과 구조가 변해 우수한 이공계 출신 전문가를 합리적으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예산 낭비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