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 지음, 동아시아 펴냄
`도덕`하면 참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 학기가 바뀌어 교과서를 새로 받을 때 도덕 교과서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거기엔 `비둘기 고지의 10용사` 등 반공 교육도 들어가고,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라는 컨셉을 담은 이야기도 있곤 했죠. 근대화를 위한 `자원`으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한 도덕 교육은 그 이름이 `바른생활`로 바뀌었어도 참으로 추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그 시절, 도덕이든 바른생활이든 제대로 몸에 익혔더라면 부정부패며 공무원의 모럴해저드처럼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진흙탕의 개싸움` 같은 정치판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사회학회가 나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고 해법을 모색한 이 책의 제목이 도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어쩌면 타당해 보입니다.
책에는 10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학자들이 필자라서 그런지 다소 딱딱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도 있습니다. 그래도 곰곰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 중 서강대에서 강의하는 이재혁 박사가 쓴 `규범과 관례, 그리고 도덕적 동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 대다수가 오른손잡이라 해서 왼손잡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나 우리의 일상에서 `다수 유형이다`라는 말과 `당위적으로 옳다`라는 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왕따`의 경우와 비슷하게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가 어느새 `잘못된 것`이 되는 경우들이다.”
이런 점만 유의하더라도 오늘 이 땅의 갈등 중 상당수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장원호 교수는 우리 사회가 도덕적 사회가 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규정`이 애매모호하고 있다 하더라도 엄격히 적용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임의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 앞에서 먼저 혼자 줄을 서 있다가 자녀들을 합류시키는 어느 아주머니에 맞서 다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런 `새치기`를 한국식 인정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에 대해 그집 아이들은 “부모를 잘 만나면 남들은 고생하더라도 나는 쉽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 `불신`을 전승하는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이것이 인연과 친분에 따라 원칙이 춤을 추고 결국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 “남들 다 그러는데” “걸리지만 않으면” 이런 생각은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싹 트는 것 아닐까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공정`과 `공생`을 위해 도전해 볼만한 책입니다.
* 책 속의 한 문장: 익명성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의 현격한 거리를 확보하는 성향이 더욱 증폭될 뿐 아니라 더욱 현저한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현대사회에서는 몇몇 예외적 관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한 친밀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인간관계가 무난하게 지속되는 것이 일상적인 관례가 됐다.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 eBookman@mek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