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66>오르락(樂) 내리락(樂)

언젠가 어느 신문에 `오르락(樂) 내리락(樂)`이라는 글이 실렸다. 오르는 기쁨에만 심취하면 내리막길로 추락하는 절망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오르막의 즐거움과 더불어 내리막의 즐거움을 맛보려면 `내려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에 나오는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는 어떻게 하면 빨리 정상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세대별 성공 처세법, 단기간에 주식이나 투자로 일확천금하는 방법 등 한결같이 올라가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책이 출판가의 대세다.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오름 중독증 환자들, 그렇게 오르려다 실패하고 좌절한 청춘, 아예 오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절망적인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겨 살다 중년을 맞이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 또한 요즘 출판가의 화두다. 위로와 격려, 배려와 사랑은 필요하다.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오르려다 실패하고 바닥에서 절치부심하다 다시 기회를 잡아 오르고 또다시 장애물을 만나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올라가려는 오름 중독증에 시달려 오지 않았는가. 오르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올라갔어도 언젠가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연습만 해서 마침내 성공한 사람은 자화자찬의 포장된 가식 탓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자만심만 키운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 갑자기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좌절감을 맛볼 것이다. 그런데 올라가는 연습과 동시에 기회가 될 때마다 내려가는 시나리오를 구상, 언제든지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뜻대로 되지 않아도 주어진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바닥으로 내려간다고 너무 좌절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다. 바닥으로 내려가는 형국이면 거기서 발버둥치고 온힘을 다해도 이미 어쩔 수 없는 난국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힘을 빼야 다치지 않고 바닥에 안착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바닥에서 느끼는 정직한 절망이다. 정직한 절망만이 바닥에서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꽃피울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