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69>행복의 3원소:삼발이

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간이역에 존재한다. 목적지로 너무 빨리 달려가느라고 수많은 간이역을 정신없이 지나친다. 행복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행운을 찾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살아간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 행복을 의미하는 세 잎 클로버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즐길 시간이 없다. 오로지 행운을 의미하는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인 행복을 짓밟고 돌아다닌다.

행복은 별것 아닌 것도 별것으로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별것을 보고도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 별볼 일 없다고 무시하는 생각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별것도 아니지만 별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싹트고 거기서 행복의 나무가 자란다. 나는 먼저 두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상의 경이로움을 매일매일 볼 수 없다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내 행복의 비결은 `삼발`이다. 나에게는 세 가지 `발`이 있어서 행복하다.

첫째 `글발`이다. 나는 머리로 생각한 것과 가슴으로 느낀 점을 글로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음대로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내 경험에 비추어 반추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연필이나 볼펜으로 하얀 백지 위에 내 생각의 단편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두 번째 발은 `말발`이다. 오감을 통해서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신간이 출간되면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내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 줄의 글로 사람을 바꾸고 한마디 말에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끝발`이 있어서 행복하다. 말한 점을 두 손과 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게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무리 위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손발을 움직여 실천할 수 있는 `끝발`이 없다면 이 또한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오리발`을 내밀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