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간이역에 존재한다. 목적지로 너무 빨리 달려가느라고 수많은 간이역을 정신없이 지나친다. 행복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행운을 찾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살아간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 행복을 의미하는 세 잎 클로버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즐길 시간이 없다. 오로지 행운을 의미하는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인 행복을 짓밟고 돌아다닌다.
행복은 별것 아닌 것도 별것으로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별것을 보고도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 별볼 일 없다고 무시하는 생각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별것도 아니지만 별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싹트고 거기서 행복의 나무가 자란다. 나는 먼저 두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상의 경이로움을 매일매일 볼 수 없다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내 행복의 비결은 `삼발`이다. 나에게는 세 가지 `발`이 있어서 행복하다.
첫째 `글발`이다. 나는 머리로 생각한 것과 가슴으로 느낀 점을 글로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음대로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내 경험에 비추어 반추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연필이나 볼펜으로 하얀 백지 위에 내 생각의 단편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두 번째 발은 `말발`이다. 오감을 통해서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신간이 출간되면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내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 줄의 글로 사람을 바꾸고 한마디 말에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끝발`이 있어서 행복하다. 말한 점을 두 손과 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게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무리 위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손발을 움직여 실천할 수 있는 `끝발`이 없다면 이 또한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오리발`을 내밀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