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상속권을 둘러싼 형제 간 소송전과 관련해 끝까지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그는 또 강경한 어조로 삼성의 기강 해이 문제를 지적해 내부 감사 또는 경영시스템 변화를 시사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속소송과 관련해 “고소를 하면 끝까지 (맞)고소를 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갈 것”이라며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상속소송을 외부에 언급한 것은 지난 2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소송 제기 이후 처음이다.
그는 “선대 회장 때 벌써 재산 분배가 됐고 각자 다 돈을 갖고 있다”며 “CJ도 갖고 있는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좀 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CJ그룹 측은 “소송은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 두 사람 사이의 일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와 삼성카드의 표절 시비 등 일련의 사태도 “고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 보고, 이것을 중심으로 모든 사물을 분석하는 버릇이 들어야 한다고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떠든다”고 했다.
연이어 불거지는 삼성 내부 문제에 직간접으로 수차례에 걸쳐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던 이 회장이 개선 기미가 미흡하자 직접 바로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가 적발되자 “삼성 자랑인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그룹 전반의 감사조직 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사태 이후 혁신을 요구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이 회장의 기대치에 비해 변화가 미흡했다는 뜻”이라며 “삼성 내부 감사조직과 경영 선진화 측면에서 대대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물산·삼성테크윈·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건설 분야 사장단과 오찬회의를 가졌다. 글로벌 시장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성과를 보고받고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기업으로 커가야 한다”며 “좋은 사람, 최고 인재는 최고 대우를 해서 과감하게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경영 중요성도 언급됐다. 그는 “발전, 에너지 관련 기술은 무엇보다 품질과 안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삼성이 만든 제품은 안전하다. 20~30년을 가도 문제가 없다는 그런 평판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승규·배옥진·조정형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