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당선자에 듣는다]이상민 민주통합당 당선자(대전 유성)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을 무슨 장난감 조립하듯 해서야….”

19대 총선을 3선으로 통과한 이상민 당선자(민주통합당, 대전 유성)가 정부 과학기술 정책을 놓고 던진 속있는 한마디다. 그동안 뭘 했느냐는 질책도 담겨 있지만,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과기정책을 만들어 가자는 얘기가 핵심이다.

[19대 총선당선자에 듣는다]이상민 민주통합당 당선자(대전 유성)

이 당선자는 출연연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나 행정원, 이익단체 등 과학기술인 모두의 합의 없이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뒤집어 말하면, 과학기술인들의 의견부터 하나로 정리하자는 주장이다.

“진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합니다. 일부에서 국과위로 먼저 간 뒤 논의하자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출연연 역할부터 정해 봅시다. 역할을 정립하고 엄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레 출연연이 가야할 방향과 틀이 나올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정권 말에 출연연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도 내놨다. 과학기술 전담부처 역할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타 부처에 `우월적`인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상태서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예산담당 부처에 끌려 다녀서는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 집행이 어렵다는 현실과 한계를 꿰뚫어봤다.

이 당선자는 과학기술이나 정보통신 전담부처 폐지를 MB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규정했다.

“과기 전담부처 폐지로 폐해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향후 만들어질 과기담당 부처는 리더십이 강력한 부총리 급으로 해야 합니다.”

지식경제부나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이 R&D를 나눠서 수행하다보니 협력도 안 되고, 중복도 나타나는데 이를 막고 총괄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세종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황이 바뀌어도 끝까지 밀고 가기 위해서는 예산 뒷받침이 절대적”이라는 이 당선자는 이를 해결할 총대를 자신이 메겠다고 했다.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서는 과학벨트와 세종시에 수 십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만 합니다. 기초과학이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누군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일을 치열하게 끌고 가야합니다. 그 역할을 제가 하겠습니다.”

이 당선자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부터 규합할 계획이다.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례적으로 대전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 과학기술인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도 꺼냈다. 과학기술 정책 자문단 구성 계획의 일단도 내비쳤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 당선자는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게 부족했다”는 말도 내놨다. 과학기술계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 제시가 부족했다는 자기반성이다.

“과학기술계 소망이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숙제도 많습니다. 꼬인 것을 대충 풀어낼 것이 아니라, 쾌도난마식으로 명쾌하고 바르게 해결해야 합니다.”

출연연구기관 평가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었다.

출연연을 SCI(과학기술논문색인)나 특허, 기술료 등 계량적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서 보는 정성적인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공계 인력을 흡수해 대학이나 기업으로 보내는 역할도 함께 봐달라고 주문했다. 일반 대학이 하지 못하는 거대연구 설비 확보나 해외 네트워킹, 고급인력의 트레이닝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 문제에 대해 이 당선자는 “이공계가 국부창출, 나아가 인류 발전의 동력”이라며 “고품격 이공학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실력 위에 인문사회적 성찰이 접목돼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사법고시 실패를 거듭하며 옳은 것에 대해 스스로 무릎 꿇지 않겠다는 신념을 체득했습니다. 남이 없는 것 가졌다고 우쭐대지도 말고, 남이 가진 것 없다고 비굴하지도 말자는 게 소신입니다.”

인터뷰 내내 `치열한 삶`을 강조한 이 당선자가 19대 국회를 앞두고 과학기술계의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과학기술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1958년생 △대전중, 충남고, 충남대 법학과 졸업 △사법고시 합격, 변호사 개업 △17대, 18대 의원 △현 국회지역균형발전연구모임 공동대표 △전 국회 미래전략·과학기술특별위원장 △ 전 대한장애인다트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