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전자문서보관소(이하 공전소) 시장이 활성화 전기를 맞았다. 상법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자화문서(스캐닝문서)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종이문서를 폐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상법개정안(개정안 3조 1항 `전자거래기본법 제5조 2항`)을 확정·시행하면서 기존 전자거래기본법이 인정하던 전자화문서로 각종 상거래 서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 시행 이전에는 개인·법인사업자를 통칭하는 상인은 모든 거래 관계를 기록하는 회계장부, 대차대조표와 주문서, 영수증 등 영업에 관한 서류는 10년, 전표는 5년간 보존해야 했다. 전자거래기본법의 상위법인 상법에서 이런 내용을 명시해 많은 기업이 문서를 이중으로 보관했다.
불필요한 이중보관에 따른 비용 낭비는 엄청나다. 2010년 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종이문서 분류·보관·검색·폐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28조원에 달한다. 비단 비용 낭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녹색성장 기류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식서비스단 박사는 “이중 보관의 불합리성과 보관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2007년부터 전자거래기본법을 개정, 시행했지만 활성화하지 못했다”면서 “다행히 2009년 국세기본법과 2010년 전자소송법, 전자정부법을 통해 일부 영역에서 전자화문서가 법적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등 상거래를 하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업무 편의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이문서 생성이 많은 금융권과 의료, 유통 분야는 전자화문서 보관과 원본문서 폐기가 가장 시급한 산업군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은행과 보험사 등 종이서류 발생이 많은 금융사는 금융위원회의 강압적 태도에 섣불리 공전소를 사용하지 못한다. 금융위원회는 페이퍼리스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고객보호 차원에서 법적 마찰 가능성 이유를 들어 공전소 사용을 반대해왔다.
보험사는 장기보험으로 발생하는 종이문서를 5~10년간 보관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지난해 오랜 기간 공전소사업을 준비해온 IBK시스템은 끝내 사업을 접었다. 상법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금융사들이 다시 공전소에 큰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