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비난이 아니다. 비난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是非)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감정적 표현이다. 비난은 가슴에 상처를 주지만, 비판은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있다. 상처받은 가슴은 치유하기 어렵지만 아픈 가슴은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 비판은 잘못을 지적하고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 반성과 개선을 거쳐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따끔한 충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난은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무조건 퍼붓는 욕설이거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폄하(貶下)다.
공부하는 목적은 건전한 비판정신 함양이다. 비판은 원래 그렇고 물론 그래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꼼꼼하게 따지고 물어보면서 논리의 모순을 찾거나, 지나친 자기 주장으로 흐르는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판은 비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안 없이 비판만 늘어놓으면 비판은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비전 없는 비판(批判)은 비굴(卑屈)함을 낳고 비전 있는 비판은 비상하는 비약(飛躍)을 낳는다.
꿈을 심어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비판만이 비판을 받는 사람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비판은 자기 스스로를 비하시키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비굴하게 만들 수 있다. 비전도 가슴이 답답한 비전(非典), 몇 사람에게만 비밀리에 전달하는 비전(秘傳), 마음이 슬퍼지는 비전(悲典)은 모두 비상할 수 없다. 비전은 함께 멋진 신세계로 날아가는 비전(飛展)이라야 비상할 수 있다.
비전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입술이 깨물어지는 각오가 서야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비전만이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과 더불어 모든 구성원을 꿈의 목적지로 데려갈 수 있는 멋진 비전이다. 머리로 설명하는 비전보다 가슴이 뛰는 비전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으면 흔들림을 당한다. 가슴 뛰는 비전으로 나를 먼저 흔들어야 세상을 흔들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