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잡아라! 기회 노리던 한국 드디어…

[이머징 이슈] 인도 `IT빅뱅 2.0`

세계 2위 소프트웨어 수출 국가인 인도가 IT 강국인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도는 우리처럼 1990년대 초반 정부 주도형 수출 국가로 성장해 11억명 인구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IT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인도 경제 규모는 세계 9위로 2008~2009년 글로벌 경기 침체 기간에도 경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되지 않았다. 당시 많은 기업이 IT 투자를 강화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인도 시장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았지만 다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인도 IT시장 규모는 2011년 731억달러에서 9.1% 상승한 798억달러에 달한다. 인도 기업 대부분은 IT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IT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은 350여곳에 이르며 이들은 IT를 비즈니스 성장의 최우선 동력으로 간주했다.

◇고객 중심으로 변했다=올해 인도 IT사업 흐름은 `고객`이 중심이다.

클라우드·소셜·모바일 등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 IT서비스나 소프트웨어 등 백오피스 지원 기능에 머물렀던 예전과 대조되는 행보다. 인도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전환을 꾀하고 있는 2010년 클라우드 투자 규모가 전체 IT 투자액의 3%에 불과했지만 올해 10%를 넘고 2015년까지 연간 19% 성장률을 예상한다. 글로벌 화두인 빅 데이터도 인도 기업에 중요한 요소다. 데이터 관리 전략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IT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신생 기업과 벤처 기업의 혁신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렌지스페이스는 스프레드시트를 바로 웹 기반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도 주 정부에서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비즈시큐리티사는 2004년 창립 이래 컴퓨터와 네트워크에서 모든 종류의 차세대 해킹 기술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tm, CNN-IBN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IT업계 총아`로 급부상했다. 기존 시장에 출시된 보편화된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거나 틈새상품을 개발한 것이 시장에 먹혔다는 분석이다.

고객과 긴밀하고 직접 연락을 취하기 위한 모바일 전략도 풍부해진다. 인도는 이미 지난 2010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합한 모바일기기 수가 PC를 넘어섰다.

델텍스인포테크는 비디오와 콘텐츠를 모바일로 실시간 스트리밍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인도 최대 통신기업인 바티에어텔·SBI·인도 철도청 등에 공급했는데 이들은 실시간으로 고객의 호불호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에사르그룹은 델텍스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해 사내 직원 간 인터넷으로 비디오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텔텍스는 4년 전 창업초기 연 매출을 20만달러로 예상했지만 현재 목표 매출액은 2000만달러로 100배 신장했다.

지오 바르디 매킨지 애널리스트는 “많은 벤처가 고객 중심으로 변하는 산업을 따라잡고자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앞으로 은행과 증권 등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또 다시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 제조업체에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모바일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모바일기기 출하 대수는 2011년 2억1300만대에서 올해 2억1300만대로 8.5% 증가할 전망이다. 2015년에는 3억22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세계 휴대폰 판매의 12%를 차지한 인도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승을 열망하는 기기 제조업체에 중요한 시장이다. 게다가 거대 규모, 모바일기기와 통신사가 분리된 개방성,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음성 통화 요금 등도 매력적이다.

인도 모바일기기 시장은 경쟁이 매우 심해 150개 제조업체가 겨루고 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도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시장 참여가 늘면서 저가 상품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 모바일기기 평균 판매 가격은 45달러고 75%가 75달러 미만에 판매되고 있다. 저가 상품 시장에서 인도 기기 제조업체 영향력이 커지며 대조적으로 거대 글로벌 사업자 입지는 약화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업체가 파고들 수 있는 틈새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3분기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몇 년간 1위를 수성했던 노키아 점유율은 하락했다. 그 대신 지파이브, 카본모바일,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후발 제조업체가 나란히 3~5위를 차지해 이런 기조를 반영했다. 중고가 제품 시장 역시 글로벌 사업자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중고가 사양 모바일기기를 내놓으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인도 제조업체와 중국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공급 역량 구축에 나서며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중고가 시장에서도 앞으로 거대 글로벌 브랜드와 인도 브랜드 사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툽 기리 가트너 연구원은 “인도 중산층 인구가 늘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모바일 전자상거래 등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모바일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