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SO 로봇 어휘 표준, 한국 주도 아래 개정

[ET단상]ISO 로봇 어휘 표준, 한국 주도 아래 개정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달 로봇 어휘 표준을 개정했다. 1994년에 이어서 약 20년 만에 기본 어휘를 다시 정리한 것인데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년 전에는 로봇 하면 공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서비스 로봇 분야가 성장하고 있어 로봇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생겼다.

서비스 로봇은 대표적으로 현재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청소로봇을 비롯해 수술로봇, 안내로봇, 교육로봇, 오락로봇 등 다양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로봇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6년간의 토론 과정을 거쳐 국제적으로 확정한 로봇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의도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 환경 내에서 동작하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진, 2축 이상 프로그램이 가능한 구동 기구.`

특히 `2축 이상`으로 규정된 신규 정의에 따라 한국이 주도하는 청소로봇과 정보기술(IT) 기반 정보 서비스 로봇이 공식적으로 로봇에 포함됐다.

또 `자율성`이란 정의가 새로 추가됐다. 이의 자세한 기준은 차후 한국이 주도해 새로운 표준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로봇 어휘 표준은 서비스 로봇의 신규 정의를 규정하면서 서비스 로봇을 개인 서비스 로봇과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서비스 로봇과 관련된 용어를 새로이 정의했다.

예를 들면 인간로봇 상호작용,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로봇, 그리고 이동로봇의 주행에 관한 용어 등이 추가됐다.

이 어휘 표준은 ISO에서 개발하고 있는 안전, 성능, 좌표계, 인터페이스 표준 등에 기초 자료로 활용되게 된다. 어휘 표준이 어휘의 의미를 명확히 함으로써 표준에서 혼선을 예방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을 지원한 결과, 우리나라가 관련 분야 위원장직을 맡고 어휘 표준 개정 등 ISO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ISO 로봇 분야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5개의 작업그룹(Working Group) 가운데서 2개 그룹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이번 ISO에서 로봇 어휘 표준이 개정된 것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는 ISO에서 우리나라 주도로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거둔 최초의 성과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추격자 전략에서 한걸음 나아가 산업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리더 역할에는 표준 제정과 같이 국제 사회의 규범을 제정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포함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로봇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의 안전표준, 성능평가 표준 등을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향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표준 제·개정 작업을 위한 국제표준화기구 참여를 늘림으로써 로봇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활동을 점점 확대해야 할 것이다.

문승빈 세종대 교수·ISO TC 184 SC2 WG8 위원장 sbmoon@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