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 판을 짜자]<2부>난맥상 해법을 찾자③위원회 조직 한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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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월 16일 전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지상파 KBS2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사업자 간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분쟁 탓이었다. 케이블TV로 해당 방송을 수신하던 시청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ICT 거버넌스, 새 판을 짜자]<2부>난맥상 해법을 찾자③위원회 조직 한계 많다

[ICT 거버넌스, 새 판을 짜자]<2부>난맥상 해법을 찾자③위원회 조직 한계 많다

#2. 2월 10일 KT는 삼성전자 스마트TV 앱 서비스 접속을 제한했다. 스마트TV 제조사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비용을 분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스마트TV는 순간 바보상자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산업 환경은 지난 수년간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4년 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당시 대표적인 방통 융합 현상으로 꼽았던 IPTV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급속한 방송통신기술 발전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시장을 열었다. 동시에 예기치 못했던 다양한 문제를 몰고 왔다. 누구를 탓할 틈도 없었다. 그저 몰아치는 방통 융합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버티는데 급급한 지난 4년이었다.

◇`슬로 팔로어`에 머물러=방송통신 정책 분야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더딘 속도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지탱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마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와중에 정책 분야는 `슬로 팔로어(slow follower)`에 머물렀다.

선제적으로 정책을 이끌지 못하고 사후조치에 급급했다. 그나마 사후조치도 깔끔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도 한 발 빠른 정책 판단이 이뤄졌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방송통신 분야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 합의제 구조에서 찾는다. 방통위는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일부 기능을 통합해 탄생했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직 구조는 위원장을 포함한 청와대·여당 추천 상임위원 세 명, 야당 추천 상임위원 두 명을 합해 다섯 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모든 의결 안건은 상임위원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이견이 있는 안건은 다수결로 결정된다.

규제위원회로서는 바람직한 모델이지만 옛 정통부가 가지고 있던 기능마저 위원회 합의제 틀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정책 집행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해당 실국 안건을 차관과 장관에 보고한 후 집행하는 다른 부처와 달리 보고·의견수렴 과정이 복잡해졌다. 하나의 산업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다섯 상임위원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섯 상임위원 전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방통위 합의제 구조에 각계는 불만을 표출했다. `미디어 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공발연)`가 방송통신 업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인터뷰(2011년 11월~2012년 2월)에서 SO 관계자는 “방통위에 새로운 서비스가 무엇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시간이 방통위가 해당 사안을 판단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 복사판`으로 전락=다섯 상임위원 모두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상임위원들이 참석하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다수결이 진행되면 표결 결과는 3 대 2로 항상 같다. 청와대·여당 추천위원 세 명과 야당 추천위원 두 명이 항상 같은 편에 서기 때문이다.

상임위원들도 이를 잘 알기에 가급적 전원 합의를 이끌어내려 힘쓰지만 쉽지 않다. 민감한 사안 의결을 무작정 뒤로 미룰 수는 없다. 마찰이 있더라도 표결을 강행한다. 방송통신산업 발전을 논하는 조직에서 국회와 비슷한 대치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스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방통위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되는 반면에 순수 산업적 성격을 지닌 사안은 뒤로 밀려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중심위원회`라는 오명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일어날 수 있다. 공발연 심층인터뷰에서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사업자가 어떤 안건에는 야당 상임위원들에게 설명 자료조차 배포하지 않는다. 여당 위원 셋만 확보하면 해결된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직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상임위원마다 요구하는 내용과 수준이 다르니 정작 정책 품질을 높이는 데보다 내부 보고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방통위 한 사무관은 “상임위원별로 의견이 수시로 바뀌니 내부 직원들조차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독임제 부처` 대안 부상=방통위의 합의제 한계점이 드러나면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임제 부처로 전환이다. 잦은 정책결정 지연과 추진력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독임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제1 야당 민주통합당이 방송통신 심의·규제 기능을 독립화하고 방통 융합과 ICT 기능은 독임제 형태 총괄기구 `(가칭)정보통신미디어부`로 재편하는 것을 19대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 역시 방통위 일부 기능의 독임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새 거버넌스 개편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무총장 제도를 도입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결정을 지향하는 당초 위원회 구조 장점을 살리기 위함이다. 일부 정책은 사무총장과 위원장 간 직접 보고로 결정해 실행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아울러 상임위원별로 각 영역 전문성을 강화해 업무를 분담하자는 대안도 있다. 이 역시 정책 추진 과정을 빠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방통 융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선도적인 전략 수립을 이끌어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독임제 밑그림 논의 활발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독임제 부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독임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다.

방송통신 분야는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규제정책도 충분한 검토가 요구된다. 혹자는 규제 기능은 전문위원회로, 진흥 기능은 독임제 부처로 나누면 된다고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방송통신 규제와 진흥을 두부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규제와 진흥이 철저하기 분리되면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정책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 이익에 반해 산업계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진흥정책이 양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담당 산업 영역 재배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 방통위에서 진흥 기능을 독임제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타 부처와 흡수통합 또는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방송통신과 정보기술(IT)을 아우르는 통합형 독임제 부처가 필요한지, 현 거버넌스와 유사한 분산형 독임제 부처가 유리한지 등은 부처별 이해관계를 떠나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위원회 구조가 지닌 장점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위원회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배경을 지닌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공정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방통위는 이러한 효과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지만 분명 위원회 장점은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독임제 부처 전환 형태에도 의견이 다양하다. 공발연은 현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로 확대·개편하되 부처 내에 독립 규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독임제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에 산재된 IT업무를 통합한다. 내부 규제위원회는 사회 전반 인사들로 구성된 각계 대표들로 이루어진다. 공발연은 이를 아우르는 부처로 `문화소통부` 신설을 제안했다.

방통위 규제 독립성과 전문성은 강화해야 하지만 IT산업 총괄 부처 부활은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이용경 국회의원실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내놓은 `바람직한 방송통신 정책 주관 정부조직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방통위를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닌 독립규제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부 같은 IT산업 총괄 부처 부활에는 “개발도상기 정책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과 같은 착오”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장단점 분석

자료:미디어 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