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자립 시작하는 LG`…8세대 증설 투자 계획대로

작년 11월 29일 구본무 LG회장이 경기 파주 LG화학 LCD 유리기판 공장을 찾았다. 강유식 LG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조준호 LG 사장, 박영기 LG화학 사장 등 최고 경영진과 함께였다. 구 회장은 생산라인을 일일이 살펴보며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리기판 자립 시작하는 LG`…8세대 증설 투자 계획대로

이날 구 회장의 유리기판 공장 방문은 종전과 성격이 달랐다. 단순 현장 격려를 넘어 LG의 미래 성장 동력이 결정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LCD 유리기판은 박막회로를 증착하는 얇은 유리판이다. 뛰어난 내열성, 내화학성, 표면 품질이 요구돼 기술 장벽이 높다.

세계 수요가 17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지만 삼성코닝정밀소재, 코닝, 아사히글라스, 일본전기초자(NEG) 4개 기업이 90% 이상을 과점하는 이유다.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소재여서 LCD 패널 업체는 불황에 허덕여도 유리기판 제조사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남긴다.

LG화학의 유리기판 사업은 여기서 출발했다. 세계 LCD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 의존에서 벗어나야 했다.

LG화학은 지난 20일 파주 LCD 유리기판 시설 증설에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방문한 파주 1라인에 2·3호를 추가 증설하는, 유리기판 자립을 위한 흔들림 없는 의지다. LG화학은 현재 내부 진행 상황에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유리기판 양산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월 실적 설명회때만 해도 “경쟁사와 수율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지만, 2분기 설명회에선 “(LG화학이) 못 해낼 것이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양산 시기도 `6월`이라고 못 박았다.

LG화학은 0.5㎜ 두께의 8세대 유리기판을 만들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8세대는 가로 2200㎜, 세로 2500㎜ 크기로 40인치대 LCD TV에 적용된다.

LG화학의 유리기판 본격 양산은 업계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의 거래 비중에 따라 삼성코닝정밀소재·아사히글라스·NEG 등 기존 유리기판 업체의 점유율은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점차 구매 비중을 낮추고 있는 삼성코닝정밀소재에 시선이 쏠린다. 지금까지는 삼성코닝정밀소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LG화학이 본격 가세하면 적어도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위상이 떨어질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