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학자와 통신사 관계자들이 정보통신의 날을 기념해 열린 학술행사에서 최근 정보통신 산업의 기본 인프라인 망 산업이 지나치게 홀대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일 열린 `제57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토론회`를 주관한 박진우 한국통신학회장은 “30년 정도 전부터 미국에서 논의된 망 중립성 개념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운을 뗐다. 미국은 망 중립성 논쟁에서 망 사업자가 아닌 인터넷·콘텐츠 사업자에 좀 더 가까운 대표적인 나라다.
김동주 정보통신정책학회장도 “네트워크 인프라가 충분히 깔린 이른바 `생태계 2.0` 시대에는 망 중립성 철학 아래 플랫폼이 지배하면서 투자 분담에 대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생태계 3.0 시대에는 사용량에 기반한 요금제 등 새로운 질서를 통한 망 다양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주장은 더 직접적이었다. 김효실 KT 상무는 “지난 10년간 국내 100대 기업 시가총액이 5배 이상 늘어날 동안 통신사는 절반 이상으로 축소됐다”며 “무임승차 하는 플랫폼에 통신 사업자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정 사용 정책을 통한 이용량 기반 요금제와 속도·용량제한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임종태 SK텔레콤 실장도 “우리나라 ICT 산업 발전 중심에는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부터 가장 빠른 LTE 확산까지 네트워크 발전이 있다”며 “그런데 이 과실을 통신사업자가 아닌 다른 이들만 따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투자와 함께 과부하를 관리하기 위한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며 “망의 가치를 중시하고 합리적인 분담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플랫폼·콘텐츠·터미널(하드웨어) 기업 대표로 찬석한 삼성전자의 박준호 전무는 이 같은 성토가 잇따르자 “네트워크 사업자와 상생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