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19대 총선 당선자 A씨

며칠 전 인사동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여전히 상기돼 있었다. 지난 4월12일 새벽까지 갔던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여운이 며칠 동안 가시지 않았을 게다.

험한 길 마다않던 대학 시절과 오랜 시민·사회 활동 끝에 초선으로 당선된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당내 경선조차 넘기 힘들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경선 1위를 차지했고 결국 최종 당선을 따냈으니 그 자신 표현대로 `드라마` 같았다.

막걸리잔이 몇 순배 돌고 나서 붉어진 얼굴에 그런 감회까지 섞이니 일출 전 하늘빛이 따로 없었다. 그는 쏟아지는 축하에 “초심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가겠다” “여러분들이 부끄럽지 않게 처신 하겠다”는 제법 정치인다운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축배로 쓴 일그러진 양은 막걸리 잔이 그렇듯 우리네 생활 속으로 정치가 많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는 5월 30일 법적으로 국회의원 신분이 되는 그는 그날부터 4년간 `면책특권` 등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를 누리게 된다. 법을 만들고, 뜯어고칠 수 있는 1인 입법기관이 될 수도 있고,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야단치고 각종 정책을 되돌려 세울 수도 있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법적 기관의 일원이 된다. 국회의원 한명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게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오랜 시간 알아왔던 그가 이런 특권과 힘을 앞세워 바르지 않은, 국민이 원치 않는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란 기본적 신뢰를 갖고 있다.

나아가 그가 4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의원으로서 고착화된 정치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변화시킬 노력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너무 높은 현실 정치의 벽이 정치 초년생인 그의 용기와 도전을 힘들게 만들지나 않을지 걱정되는 점이다.

선거 후 민심과 평가를 놓고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오만함을 드러내고, 민주통합당은 내부 세력다툼에 휘말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형태·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의 탈당으로 양당간 의석 수 격차는 줄어들었다. 19대 국회 초반 정쟁 격화의 불씨를 출발 전부터 피운 셈이다.

이번 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대권전쟁이 시작된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가진 마음의 절반만 내보였을 뿐이다. 차기정부 선택으로 민심의 60~70%를 드러낼 일이 남았다. 이 과정에서 `특권은 내려놓고, 국민의 마음은 높이 세우는` 역할을 그에게 기대한다. 300명 중 1명이 아니라, 299명과 함께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정치를 펴길 바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