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미학의 극치`라 불리는 손자병법은 현대인에게 처세술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주는 고서다. 싸우기 전에 적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지피지기`나 실전에서 극한 상황을 만들어 위기를 헤쳐나가는 `배수진` 등 손자병법이 표방한 전략과 계획은 오늘날 직장과 사회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의 해법과 곧잘 맞아떨어진다.
병법 내용을 넘어 손자병법이 던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교훈이 하나 있다. 바로 `전문가의 중요성`이다. 전쟁 전문가, 즉 장수를 말한다.
춘추시대 이전까지, 즉 손자 또는 손자병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왕이 전쟁을 지휘했다. 이후 병법을 익힌 장수가 전쟁의 전면에 나섰다. 전문 장수를 채용해 전쟁을 맡긴 나라가 대부분 승리한다. 손자병법의 역자들은 손자병법이 최초의 전문서적이고, 병법을 익힌 장수들이야말로 최초의 전문가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전문가(Specialist, Professional)는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현대사회의 대표적 전문가라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꼽을 수 있다. CEO는 기술자(테크니션)와 마케터의 능력에 법률 지식까지 갖추고 기업을 운영하는, 어찌 보면 산업 종합 전문가다. CEO는 지피지기의 전략으로 경쟁사와 시장을 살피고, 극한 상황에서는 배수진을 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최근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CEO에 대한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다.
CEO 평가는 기업 가치 평가자 입장에선 무척 곤혹스러운 과정이다. 개인의 열정과 지식 수준은 객관적 수치로 파악하기도 나타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CEO의 건강 상태, 독서량, 인맥 등 가능한 부문부터 하나씩 지표화할 필요가 있다. CEO의 능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고 산업 성장과 직결된다는 데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임동식 전국취재 차장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