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이 지난 1분기 미 의회 로비자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웹 상에서 개인정보침해 등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데다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안(SOPA), 사이버정보공유·보호법안(CISPA) 등이 정치권 이슈로 부상하면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로비 활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워싱턴 유력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4일 아킨 검프 스트라우스 등 로비 회사들이 내놓은 수치를 종합해 IT기업의 로비 자금이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자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구글이다. 전년 동기 대비 240% 늘어난 503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썼다. 구글은 올해 초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SOPA, PIPA 법안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운동의 정점에 서 있었다. 구글은 이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술을 가진 외국 노동자를 미국 본사로 스카우트해 합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이 주 대상이었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동기 대비 183% 증가한 65만달러를 로비자금으로 할애했다. 특히 CISPA 법안 통과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썼을 거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페이스북 측은 “CISPA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보안과 관련한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로비스트 고용도 눈에 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애플은 10% 증가한 50만달러를 썼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80만달러, HP는 160만달러, IBM은 150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
로비 컨설팅 업체 아킨 검프 스트라우스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금액을 대폭 늘리고 있긴 하지만 통신업체나 케이블업체에 비해서는 아직 약하다”며 “1분기 AT&T는 700만달러, 버라이즌은 450만달러가량을 썼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