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스마트폰 열풍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에 스마트폰 붐이 일어나면서 가정용 게임기에 열중했던 사용자들이 모바일 세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때 `가정용 게임기 왕국`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던 일본 게임기 업계는 극심한 매출 감소에 시달리면서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닛케이산업신문은 24일 일본 가정용 게임기 업계가 스마트폰 기세에 내몰리면서 점차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장조사기업 시드플래닝이 가정용 게임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했다. 스마트폰 구입 후 가정용 게임기 이용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전체 29%에 달했고 게임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합치면 44%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이용이 줄어들면서 관련 업체 매출도 크게 하락했다. 게임전문잡지 엔터브레인의 조사 결과, 지난해 일본내 가정용 게임기 매출은 1702억엔(약 2조4000억원)으로 최고 인기로 누렸던 2007년 3179억엔(약 4조5000억원)에 비해 46%나 떨어졌다.
가정용 게임기 소프트웨어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이 지난 2007년 3598억엔(약 5조1000억원)에서 24%나 감소한 2722억엔(약 3조8400억원)에 머물렀다.
반면에 온라인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붐을 타고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가 2010년 기준 전년 대비 37.3%가 증가한 3202억엔(약 4조5200억원)에 달해 가정용 게임기 소프트웨어 규모를 앞질렀다.
스마트폰이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조작 편의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용 게임기는 1만~3만엔대 게임기를 구입해야하지만 스마트폰은 별도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부나 고령자들도 손쉽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유명 가정용 게임기 소프트웨어 `파이널 판타지 10` 개발자 중 하나인 츠치다 토시로우씨는 “현재 출시된 고가 스마트폰은 휴대 게임기와 맞먹을 정도의 기능을 갖췄다”며 “스마트폰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가격도 내려가고 있어 가정용 게임기는 점차 외면당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스마트폰 진격으로 위기를 느낀 가정용 게임기 업체가 온라인 지원 등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닌텐도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인 `닌텐도 네트워크`를 재정비, 지난 19일 발매한 3DS 게임 `파이얼 엠블렘`에서부터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개시했다.
게임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도 올해 발매하는 닌텐도 가정용 게임기 `위(Wii)`용 소프트웨어 `드래곤 퀘스트10`에 온라인 공유 기능을 추가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일본 스마트폰 열풍, 가정용 게임기 시장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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