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국내 증시를 미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스페인 국채수익률이 한때 6%를 돌파하는 재정위기 우려에 이어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달 3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까지 정책 공백이 예상돼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21포인트(0.47%) 하락한 1963.42를 기록,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나흘째 하락세다. 코스닥지수 역시 480선까지 밀렸다.
최근 증시 약세는 유럽 재정위기와 정정 불안이 주원인이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대선과 네덜란드 내각 총사퇴가 맞물리면서 정치적 변수마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채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은행 손실이 확대되고 이는 금융시스템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위기 영향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원가량 팔았다.
김 연구원은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ECB의 시장 개입 확대가 필요하다”며 “ECB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 국채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3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 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의 1,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집행시기를 보면 이탈리아 국채 만기에 앞서 선제적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며 “내달 초 유럽은행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평가에 대비해 통화에 대한 추가 완화책 도입이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그동안 안정을 보이던 독일 증시가 큰 폭 하락하고 스페인 주가가 2008년 리먼사태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그만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준다”며 “당분간 정책 공백이 예상되는 ECB 통화정책회의 때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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