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는 해다. 지난 11일 총선이 있었으니 이젠 12월 대선만 남아 있다. 각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발표한 공약을 보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이동통신요금 인하다. 정당별로 인하 폭에 차이가 있지만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민생 차원에서 검토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요금 인하는 사실 이명박정부의 공약이다. 그래서 비록 불발로 그쳤지만 지난해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어찌됐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동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이동통신요금 인하 관련 총선 공약에서 보듯 정보통신이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깊숙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대선 공약으로는 무엇이 적당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엔 대선 공약으로는 정부조직 개편이 논의돼야 하고 그 핵심은 이명박정부에서 폐지한 정보통신부 부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하면서 행정안전부·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그 기능을 분할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보기술(IT) 정책을 폐지했고 IT산업 종사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이 때문에 정부 IT 정책은 나침반을 잃었고 IT홀대론과 IT고사론이 팽배해졌다. 실질적으로는 각 부처에서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다고 보이지만 한 부처의 폐지가 가져온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IT의 중요성은 필자가 아니라도 많은 분들이 강조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문제는 IT를 담을 그릇과 IT를 끌고 갈 방향키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에 들어설 정부에서 정보통신부가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
정보통신부 부활을 단순한 컨트롤타워 세우기 정도로 보는 것도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정보통신부가 IT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한 것이 맞지만 이왕 부활한다면 이제는 그 기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IT가 다른 산업·기술과 융합함으로써 질적 발전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정보통신이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총선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선거 문화를 만들었다. 케이팝(K-POP) 확산도 마찬가지다. IT융합을 다른 산업과 기술에 국한해서 협소하게 볼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영역과 융합으로 확대해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광의로 IT융합을 정의한다면 이를 주도하고 관리할 정보통신부의 기능도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IT가 단순히 기술적 보완 역할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IT융합이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래서 IT융합의 나침반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각 정당에서 12월 대선 공약으로 정보통신부 부활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형식적으로 부활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종전과 같은 단순한 컨트롤타워로서 부활시키는 것도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질적 부활과 기능적 확대가 필요하다. 정보통신 분야가 영역을 파괴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기능과 위상에 걸맞은 정보통신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백양순 한국IT융합기술협회 회장 ysb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