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시장전망치를 훌쩍 넘어서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제품군을 나눠 분석한 결과, 향후 실적을 낙관할 수만 없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24일(현지시각) 2분기(2012년 1~3월) 매출이 391억8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9%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53억8400만달러로 무려 95.4% 증가했다. 현금보유고는 3월 말 기준 11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장 아마존, 노키아, RIM을 사고도 30억달러가 남는다.
애플 전체 매출 58%를 차지하는 아이폰은 3510만대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8%가 늘었다. 하지만 전 분기 3704만대에 비하면 5.5%가 낮아진 수치다.
계절적인 수요를 고려한다고 해도 1분기 중국에서 아이폰4S를 신규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다섯 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점을 감안한다면 기존 판매 국가에서는 오히려 덜 팔린 셈이다. 게다가 애플 매출의 바로미터인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우려할 만하다.
미국 이통사인 버라이즌의 아이폰 판매량은 24%가 떨어졌다. AT&T 역시 절반 가까이 판매가 줄었다. 쇼 우 스턴애지 애널리스트는 “이제 미국보다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이 애플에 더 중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는 1180만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1% 급증했다. 시장전망치였던 1200만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뉴 아이패드가 3월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1543만대 대비 23.5%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뉴 아이패드 첫 달 판매량이 300만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판매 속도가 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맥 PC는 400만대 판매고를 달성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 상승했다. 아이팟은 770만대에 그쳐 15% 감소했다. iOS 애플리케이션은 60만개를 돌파해 아이튠스 매출을 19억달러로 견인했다. 아이클라우드 역시 서서히 기지개를 켜 현재 이용자가 1억25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은 실적과 엇갈렸다. 통상 애플 실적 전망치가 보수적이나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이상 딱히 호재를 찾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폰 다음 모델은 10월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분기를 끌어갈 강력한 제품이 없다. 마이클 홀트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애플이 구형 아이폰을 계속 팔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흥 시장 우려도 여전하다. 애비 램바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아이패드 등 가처분신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고 고가 제품 수요가 늘어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아직 낮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도 식지 않고 있다. 애플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대주주와 경영층에게만 돌아가고, 미국 내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사회문화변동연구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 재러드 번스타인은 “애플은 왜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가 그토록 어려운지 말해주는 대표 사례”라면서 “이것이 자본주의의 최첨단이라면 우리는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 2분기(2012년 1~3월) 실적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