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우주광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최근 우주광산 개발과 관련한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 곁을 스쳐가는 별똥별에서 물이나 플래티늄 등 값나가는 자원을 캐오겠다는 것이다. 알거지가 될지, 아니면 억만장자가 될지 후대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이들의 계획을 들어 보면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우주탐험가이기도 한 찰스 시모니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엑셀 개발자, 데이비드 바스케비치 전 MS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 계획에 참여하기로 한 인사 면모도 화려하다. 친구끼리 술을 마시다 “한번 해볼까?” 한 게 진짜 행동으로 이어졌다. 어쨌든 이들은 돈이 넘쳐 나는 억만장자다.
이들은 자신이 주주나 고문으로 참여한 벤처기업 `플래니터리 리소시즈`에서 2년 내 저궤도 위성 `아키드(Arkyd)100`을 쏘아 올려 탐사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행성에 착륙할 수 있는 아키드 200을 발사해 정밀 진단을 벌인다. 이어 아키드 300을 쏘아올리고 여기에 굴착 로봇을 실어 보낸다. 탐사 위성 발사에는 최소 500만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LA타임스는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억만장자가 생각하는 방식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많다”며 “무엇보다 그들은 꿈을 실현해줄 현금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주광산은 21세기형 `골드 러시`=우주광산은 SF소설에서 오래전부터 등장한 단골 이야기다.
1898년 미국 작가 개럿 서비스가 펴낸 `에디슨의 화성 정복`에는 우주선단을 이끌고 금을 캐기 위해 화성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 `소행성 채굴`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유명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도 1944년 단편 `저 토끼를 잡아라`에서 우주광산 정거장을 등장시켰으며 일본 만화 `건담` 시리즈에도 우주광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구글의 우주광산 계획은 이 같은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로 옮겨왔다.
구글이 우주에 관심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2007년에도 달 표면을 탐사하면 3000만달러를 주겠다며 `구글 루나 엑스 프라이즈`라는 대회를 개최했다.
로봇이 달에 착륙해 500m 이상을 탐사한 후 사진과 영상을 지구에 전송하는 대회였다. 아직도 진행 중이며 26개 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결과는 2015년 말에 알 수 있다.
이 대회 참가자도 상금보다 달에 묻힌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하나인 `문 익스프레스`는 24일 저명한 과학자 5명을 고문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3명이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달에서 희귀광물을 채취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문 익스프레스 설립자인 앨런 스턴 박사는 “달에는 지구 전체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금·플래티늄 등 광물이 묻혀 있다”면서 “달은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지금 가진 기술로도 탐사와 채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도 25일 나사로부터 달 극지 탐사 로봇 효율을 인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는 2009년 나사와 손잡고 80만달러를 투자해 달 탐사와 굴착 로봇을 개발해왔다. 2015년까지 직접 달 극지에 착륙해 자원 채굴 경제성을 평가한다. 극지에 있는 얼음에는 물과 산소·메탄·수소 등이 광범하게 매장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데이비드 검프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구의 삶을 개선하고 우주 탐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광대한 양의 자원을 달에서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돈키호테`식 공상이라는 비판도= 지구 주위에는 소행성이 9000개 있으며 이 가운데 1500개 정도가 탐사 대상이다.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탐사와 채굴이 가능해 보인다. 탐험가들은 성공만 하면 “지구 전체 GDP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추긴다.
그러나 장벽이 많다. 무엇보다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나사 과학자는 소행성에 로봇을 착륙시키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백억달러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사가 이달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선을 이용해 지름 7m, 무게 500톤 규모 소행성을 달 궤도로 끌고 가는 데 26억달러가 있어야 한다. 이는 수백억달러 규모 채굴 비용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중력을 이겨내고 무거운 광물을 지구로 싣고 오는 것도 문제다.
지구로 가져오지 못하면 투자금은 우주로 날아간다. “우리는 멀리 보고 있다. 하루아침에 홈런을 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에릭 앤더슨 플래니터리리소시즈 고문은 말했다. 제이 멜로시 퍼eb대 교수는 “우주광산은 돈 많은 나라들의 스포츠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단지 부와 기술적 힘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